실크로드에서 실크로드에서 새벽 열차는 트루판을 떠나 고선지 장군의 주둔지, 쿠처를 향해 말발굽처럼 내달렸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혜초의 말씀에 그대 서번이 멀다 한숨짓는가 나는 탄식하네, 동쪽 길 아득하여… 늘 바람이 부는 어귀, 노풍구를 지나 천산의 만년설이 보낸 서북풍을 타고 차창 .. 시집 - 꽃으로부터... 2013.06.17
머그잔으로부터... 머그잔으로부터… 아침 햇살 밴 그녀의 주름진 손이 에디오피아 이가체프를 곱게 갈 때면 싱그러운 과일 향기가 피어났었지 그녀는 언제나 새하얀 고깔모양 여과지에 깊은 바다처럼 짙은 커피가루를 담고 백자처럼 우아한 하리오 드리퍼에 드리워 내 정수리에 딸깍 올려놓았었지 황새 .. 시집 - 꽃으로부터... 2013.01.24
첫눈 첫눈 첫눈, 호젓한 산비탈 타고 아무도 모르게 밤새 내렸구나. 하얀 네 몸을 보고 내 손을 가만히 내민다. 첫눈, 작년 이 맘쯤엔, 이른 첫 눈이 화순 너릿재를 뒤덮고 기고만장했었지. 힘 든 고개 넘어 새벽녘에 잠 들었었지... 첫눈, 몇 년 전, 만연산 고개 마루 부터 첫눈이 휘날리더니 이.. 시집 - 꽃으로부터... 2012.12.18
우체통 우체통 들판에 서서 먼 하늘 바라본다 끝없이 맑은 너 내가 죽고도 영원하리 산에 올라 큰 바위를 만져본다 더없이 따뜻한 너 내가 죽고도 영원하리 길을 걷다가 가로수를 안아본다 말없이 서있는 너 내가 죽고도 살아있으리 차를 마시다 잔을 만져본다 지금껏 친한 너 내가 죽고도 남아.. 시집 - 꽃으로부터... 2012.12.18
...부터 ...부터 어느 날, 낯선 백사장 표류하던 빈 병 반짝일 때 참돌고래 한 마리 파도에 실려 왔다 잿빛 바위등과 너른 몸부림 부서진 파도 마시며 깊은 울음 토한다 바다가 싫어서 그랬을까 육지가 그리워 그랬을까 물고기도 아닌, 네발짐승도 아닌 제 유래를 탄식했을까 인간들이 고래에게 말.. 시집 - 꽃으로부터... 2012.12.07
참나무로부터 참나무로부터 어이, 느티나무 안녕하신가 늦가을 아침 이슬이 차갑지 않으신가 어이, 소나무 안녕하신가 아침 안개가 무겁지 아니한가 물푸레님 안녕하신가 어제 스쳐간 독사를 본적이 있는가 어이, 때죽나무 안녕하신가 자네가 뿌려논 꽃들이 쌀밥같구만 어르신들 모두 안녕하시지요 .. 시집 - 꽃으로부터... 2012.11.30
흙으로부터 새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시집 - 꽃으로부터' 입니다. 조만간 저의 첫 시집을 낼까 합니다. 그림장이가 왠 시냐고요? 그러게요. 꼭 하고 싶은 일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솔직히 좋은 시를 쓸만한 재주가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점수가 별로였거든요. 그렇지.. 시집 - 꽃으로부터... 201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