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우박 2012. 12. 18. 08:18

 

첫눈

 

 

첫눈,

호젓한 산비탈 타고 아무도 모르게 밤새 내렸구나. 하얀 네 몸을 보고

내 손을 가만히 내민다.

    첫눈,

작년 이 맘쯤엔, 이른 첫 눈이 화순 너릿재를 뒤덮고 기고만장했었지.

힘 든 고개 넘어 새벽녘에 잠 들었었지...

       첫눈,

몇 년 전, 만연산 고개 마루 부터 첫눈이 휘날리더니

이서분교 늙은 느티나무 잔가지 위로 소록소록 온 종일 내려앉더라.

           첫눈,

십년 전, 수업을 하다 말고 창밖을 보니 그 새 소복이 쌓였지.

아이들에게 말했지. 「눈싸움 할까」

               첫눈,

이십 오년 전, 강원도 철책선에서 고향 쪽 별을 세며 보초를 설 때,

갑자기 눈, 눈, 눈 내리더니 붉디붉은 단풍을 다 삼키고 말았지.

                   첫눈,

삼십년 전, 첫눈이 내렸지만 젊은 난 우체국 앞에서 만날 애인도 없었어.

야전잠바 호주머니에 주먹을 깊게 넣고 신나게 충장로를 걸었었지.

                       첫눈,

사십년전...

                          첫눈,

오십년 전...

                             첫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