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나주고

수현이

철우박 2009. 10. 29. 09:53

요즘

미술실에

불청객이 떠다닙니다.

침입자라고나 할까????

 

그 이름은 1학년 3반

'박'

'수'

'현'

 

 이 녀석은 미술실에 오면 여기저기를 킁킁 기웃거리며 뒤지고 다닙니다.

제 책상 위에 사과가 있으면 "야, 사과다!" 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안주고 배길 수가 없지요.

비싼 내 보이차도 커피도 꿀물도 제 마음대로 타서 마십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턱 하니 제 옆에 앉아 함께 봅니다.

엊그제는 종이컵에 모아둔 동전을 찾아내더니 500원짜리 한 개를 들고

"야! 오백원이다. 미술샘, 이거 저 주면 안되요?"

"......음,,,그~랴."

"야호! 신난다. 과자 사먹어야지..."

@&$#

 

근데

어제는

이녀석이

탁자 밑에서 먼지가 수북히 쌓인 제 실내화를 찾아냈습니다.

겨울철에 강당에서 검도를 할 때 사용했던 것이지요.

그 실내화에는 염색약을 실험하느라 파란색 문양 하나를 그려두었었습니다.

그걸 보고 녀석이 하는 말

'샘, 네임펜 주세요. 그림 그려야겠어요."

"허~~~누구 맘대로?"

'에이~~~주세요."

"내~참."

 

그렇게 결국은 실내화가 위의 모양이 되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신발을 제 블로그에 출연시켜달라는 것입니다.

 

ㅠㅠ

 

어찌됐던 녀석이 순식간에 끌쩍거린 꼴을 한번 보겠습니다.

 

 

 흠,,, 앞면에는 녀석의 자화상이군요.

딱 저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파랑색 문양이 제가 그렸던 것의 전부입니다.

그걸 이용해서 산수화로 발전시켰군요.

해도 띄웠습니다...

 

 

 크~~~

녀석이 저에게 빼앗아 먹었던 것들입니다.

사과, 보이차, 홍삼캔디, 배, 꿀. 감사해용?

알기는 아는군...

 

 

 뒷축에는 내 안경...

아예 나주고 애들 다 부르지 그래.

 

 

 이건 또 뭐야?

녀석은 가끔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쪽지를 보내기도 하지요.

 

 

제가 막걸리 좋아하는 것은 알구서...어드바이스.

녀석은 제 블로그를 이 잡듯 다 뒤지죠.

 

 

 으허허,

요즘 제가 몸 만드는 것도 아는가 봅니다.

 

 

녀석은 먹는데 많은 집착을 보여줍니다.

가끔 녀석 모르게 사과를 먹는지 다 아는가 봅니다.

 

 

 며칠 전엔 녀석이 제 집에서 엄마 몰래

찐쫄밤과 볶은 보리차를 훔쳐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형석이가 준 것 보다 더 맛있다나...

며칠을 책상위에 두었더니 왜 안먹냐고 절 볶아댑니다.

그래서 집에서 먹으려고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어제는 제 가방을 뒤지더니 왜 가방 속에 계속 두냐는 겁니다.

슬슬 녀석이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미술실에서 자주 그림을 그리는 저를 두고 한 말이겠지요.^^

고맙다. 짜~샤.

 

 

 흠,,,

너나 조심해라. 난 하루에도 10번 손 씻는다.

 

 

녀석이 준 보리차입니다.

아직도 제 가방 안에 있습니다.

ㅋㅋ

언젠간 먹어야죠.

 

 수현이는 제 비서입니다.

매일 아침 물을 끓여서 보이차를 타 저에게 대령하고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지요.

 

조만간 엄마의 찐쫄밤을 또 훔쳐오기로 약속했습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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