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KOREA

검정콩

철우박 2007. 6. 20. 11:10

 

 

 

 

 

오늘 아침은 대박입니다.

너무나 기쁜 아침입니다.

 

아침 일찍 

미술실 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얼굴이 동글동글한 여학생이 들어왔습니다.

누구더라.....?

"선생님, 어제 고마웠어요. 사진기 말이어요."

......

 

"아하,,,,바로 너였구나^^"

"예, 저였어요. 고마워서 콩을 가져왔어요. 선생님, 드세요."

 

어제 어떤 여학생이 황급히 미술실에 찾아왔습니다.

얼굴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가정 실습을 하던 중이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거든요.

앞치마도 머릿수건도 단정히 묶은 차림새였습니다.

 

근데 이녀석이 다짜고짜 디카를 빌려달라는 겁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찍어서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엉겁결에 '그래' 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녀석이 사진기를 제대로 관리할지...

또한 촬영은 제대로 할지...

음식물을 찍을 때는 근접촬영의 노하우가 있어야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직접 가사실에 가서 찍어주겠노라고 말하고 함께 갔습니다.

당시 몹시 바빴지만 간절한 녀석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사실에 갔더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수업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중이고

준비에 소홀한 학생들이 가정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있었습니다.

저는 머쓱하여 녀석에게 작동법만 대충 가르쳐주고

다시 미술실로 올라왔습니다.

하마터면 녀석이 요리를 다 끝낼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판이었습니다.^^

 

녀석은 아마도 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느꼈던 모양입니다.

옛날 학교에서나 보았던 그런 순수한 녀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녀석들이 자꾸 자꾸 생겨나야하는데...

요즘으로선 참으로 희귀한 녀석입니다.

 

콩을 넣은 비닐봉투를 받아들었을 때의 온기를 계속 기억하고 싶군요.

한주먹 입에 넣어보니

겁나게 부드럽고 맛나네요.^^

 

I LOV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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