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의
지리산 종주 등반이었습니다.
노고단입니다.
오랜만에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이곳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성삼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등산코스입니다.
성삼제 - 노고단 - 피아골 삼거리 - 임걸령 - 화개재 - 토끼봉 - 연하천대피소(1박) - 삼각봉 - 벽소령대피소 -
세석대피소(2박)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백무동계곡 하산
33.5Km입니다.
2박 3일 계획이었는데 ,,, 그것은 꿈이었습니다.^^
요즘 지리산 산장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탐방희망객 기준 인터넷 예약 성공률이 2.2%라고 하니...가히...
그나마 평일은 쉬운편이지만 공휴일은 0.2% 정도나 성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리산 산장 예약은 먼저 국립공원지리산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시고
원하는 날짜 15일 전 매일 10시 정각에 선착순 인터넷 접수를 받습니다.
듣는 바에 의하면 속도가 빠른 PC방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도우미들을 동원해서 인해전술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전 휴일날 예약을 시도해봤지만 1분도 안되어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등산은 전교조 광주지부 풀꽃산악회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빌붙어 간 것입니다.^^
그분들도 대단하십니다.
18자리를 예약하셨다니...
노고단대피소에서 10분정도 오르면
노고단 정상(맨 위 사진)을 오를 수 있습니다.
이 일대는 30만평 규모의 원추리 밭이 등산객을 반깁니다.
원추리밭과 맨 위에 노고단이 보입니다.
노고단(1,508m)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한 곳입니다.
지리산 산령인 산신할머니(老姑)에서 유래된 명소입니다.
원추리밭
피아골 삼거리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으로 가는 길목 풍경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이 사진은 귀한 풍경입니다.
등반 내내 3일동안 지리산은 구름 속에 같혀 있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캐논 450D를 둘러메고 야심찬 마음을 먹고 왔지만
산은 하찮은 저희들에게 콧방귀조차도 뀌지 않았습니다.
갈테면 가라고...
그래도 지리산은 지리산이었습니다. 몸으로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더군요.
구상나무 잎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상록교묵으로서 학명은 'Abies koreana' ... 우리나라 국가명이 들어갑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제주도, 지리산 노고단과 임걸령 일대, 그리고 덕유산 등지에만
서식하는 나무입니다.
화개재
반갑다. 몸뚱어리...
셔터를 누른 후 금새 또 산은 사라졌습니다.
...
함께한 선생님과 팔장을 끼고...
"찰~칵"
이 분 언젠가 본 것 같지 않습니까?
한 힘 쓰겠는데요...
김 - 동 - 길
...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복싱 라이트웰터급 금메달리스트.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웰터급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1984년 LA올림픽 우승 후보로서, 8강전에서 미국 선수 '제리 페이지'에게
원사이더한 경기를 펼치고도 편파 판정패를 당한 한국 아마추어 복싱 영웅
김동길 선수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김동길 선수는 전교조 조합원이자 광주 모 중학교에서 분회장을 맡고 계신 선생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때 그 경기가 어찌나 분하고 원통했던지 '김동길' 이름 석자를 단번에 알아들었습니다.
세계챔프와 대한검도 3단인 저는 한 눈에 서로 통하고 말았습니다.
" 형님 합시다..."
" 아따, 산장에서 한 잔 함서..."
^^
산장에서 소주한잔을 나누고 다음날 아침 그와 맞짱을 뜨고 말았습니다.
기대하시라.
구름 속에서...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을 찾았습니다.
비록 발 아래 펼쳐진 운해와 드넓은 세상은 아닐지라도...
안개 속에 감춰져 있다가
가끔씩 비밀스럽게 속 살을 드러내는
나무들의 향연...
그것들이라도 곱게 그려가고자
생각했습니다.
정말, 반달곰이 출현한다면
어둡고 스산한 이 때가 그 때일겁니다.^^
지리산을 등반할 때는 반드시 스틱을 지참하십시오.
나무를 탈 자신이 없으시다면...
요즘은 사진기가 좋아서
실제 풍경보다도 훨씬 밝게 찍히는군요.
실제는 이보다 훨씬 어두웠습니다.
노고단에서 8Km를 왔으니 3Km만 더 가면 연하천 대피소입니다.
마치 19세기 서양화가 코로의 풍경화 한 편을 연상시킵니다.
아직, 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뭇잎들이 구름을 머금었다 내 뱉는 물방울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연하천 대피소에 안착했습니다.
얼음보다 차가운 석간수도 마시고...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겠습니다.
"쿨쿨"
..
"콜콜"
...
"드르렁 드르렁"
...
늦잠을 자고
아침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
원래 계획은 장터목대피소에서 2박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인터넷 예약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장터목 대신 세석대피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오늘 일정은 한가롭습니다.
저는 또 한분 선생님과 함께 여유있게 사진촬영을 하며 꼴찌로 일관했습니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물론 아침에 싼 도시락입니다.
와우!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본 광경입니다.
이정도만 보여도 감사하지요
선비샘 근처
'천왕봉을 찾아보세요...'등산객 약올리는군요...^^
오랜만에 큰 배낭을 지고 등산을 해보았습니다. 무게가 30Kg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인 제 배낭의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이유는
'술'
입니다.
몇 병인지는 비밀입니다. 산에서 술 인심 쓰는 것도 한 재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들꽃 촬영에 좋은 매크로렌즈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야생초와 들꽃들을 담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산수국'입니다.
다른 산에서는 비교적 귀한 녀석인데
여기 지리산에는 색상도 다양하게 지천에 피어있군요.
두번째 숙소인 세석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세석대피소는 수용인원 220명으로서 지리산 대피소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저녁식사를 얻어먹고
소주도 한잔 마시고
김동길선생님께 도전장을 냈습니다.
물론 취중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등산 중 자청해서 술 당번을 맡았습니다.
그랬더니 밥도 한번, 설겆이도 한번 안하고 배짱이 처럼
사진만 찍고 늘 술만 마셨습니다.
안사람이 이런 곳 까지 와서 손에 물을 만져야 하겠습니까?
^-^
김동길 78Kg 박철우68Kg
헛, 체급 차이가 꽤 나는군요.
그래서 논타이틀전을 치루기로했습니다.
아쉽지만 경기는 싱겁게 끝이나고 말았습니다.
그가 글러브를 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격패 당하고 말았습니다.
면장갑도 영어로는 글러브입니다.
글러브 없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뜻밖에 그는 아직도 필름카메라만을 고집하는 사진의 고수인것을 알았습니다.
세석산장의 내부...이토록 멋진 산장에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했습니다.
1층의 오토바이 대여섯대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2층에 대형 코브라 헬리콥터가 뜨는 바람에...
코골이방을 따로 마련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리산 종주시 귀마게 또는 엠피쓰리는 필수!
셋째날...아뿔싸!
우리의 꿈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세석산장에서 출발할무렵
비옷을 입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잠시 디스커션이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박차고 나갔습니다.
"아, 비 오면 비옷 입으면 되제."
...
근데,
비는 저의 예상과 달리 단계적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바가지비가 내리는 바람에 배낭을 내려놓고 비옷을 갈아입는 동안 일행은 모두 젖은 생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리산의 비는 젊잖게 내리지 않습니다.
장대비는 하염없이 내리고...구름들이 사람을 마구 치더니
드디어
우리의 베이스캠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청천벼락같은 결론이 도출됩니다.
'천왕봉 등반 포기 선언'
...
이때,
우리 일행 중, 용감한 사나이 4명이 나타났습니다.
최고령자 1명, 배낭이 가장 가벼웠던 선생님 1명, 그리고 저를 포함해 배짱이처럼 사진만 찍었던 찍사 2명.
...
주변 선생님들이 냉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뇌까렸습니다.
... 쑈들 하는군...
과연 쇼였을까요?
4명중 3명은 빈 몸,,,저만 사진기를 가져가기 위해 배낭을 메었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천왕봉 사진은 찍어가야죠...
공격!!!
장대비를 뚫고 전진했습니다.
스무발자국 정도 진격했을 때..
저는, 제 아래쪽이 뭔가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아차차!! 신발 끈...
젖은 양말을 짜기 위해 풀어놓았던 신발 끈을 묶지 않았던 것입니다.
"후퇴!, 후퇴!"
...
그렇게 해서 천왕봉은 우리들 꿈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100% 논픽션입니다.)
한번 꺾어진 기상은 다시 회복되지 못한채
다음을 기약하고 말았습니다.
...
백무동 계곡입니다.
18명의 젖은 전사들에게
닭백숙과 막걸리 한잔은
3일간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내었습니다.
천왕봉아 기다려라
내가
다시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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