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발라제 포스터입니다.
제 17 회 나주고등학교 축제명은 '발라리즘' '發羅LISM'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정규 고사, 모의 고사, 수행 평가, 독서 평가 등에 몸서리쳤던 지난 1년....
이제 그 한 많은 1년을 날려 보내기 위해 그와 그녀들의, 끼 한 판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작은 소음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포스터 디자인에 관한 견해 충돌.
올해는 미술교사인 저의 조언으로
1학년 학생 두 명에게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그 친구들 포토샵 솜씨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학생회장단과 추진단이 맡아서 포스타와 안내장을 디자인 해 온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추진 과정에서 디자인팀과 추진단 간에 갈등이 표출되고 말았습니다.
추진단은 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에 맞는 디자인을 원했고
반대로 디자인팀은 추진단이 요구하는 패러디 형식의 디자인이 흔하고 진부하니
자신들이 직접 새로운 컨셉으로 디자인하겠다고 맛선 것입니다.
그 후, 담당 선생님의 주선으로 서로 의견을 조절하여 계속 디자인팀에게 일을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포스터가 발표되자 학내는 또 술렁거렸습니다.
추진단은 비록 패러디 형식은 합의 포기했지만,
인물의 숫자와 몇 곳에서 합의돤 안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중재에 나선 저는 그만 쉽게 디자인팀의 손을 들어줘버렸습니다.
그러자 추진단은 저의 행동에 섭섭함을 금치못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추진단에서 포스터와 안내장 디자인에,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난 단지 너희들이 준비하고 있는 많은 일 중에서 포스터에서 만큼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워지라는 의미였는데 그게 아니었구나....미안하게 됐다."
추진단의 아픈 마음을 애써 쓸어주고서야 조금 안정이 되었습니다.
또 그러나...
이번엔 교감 선생님 께서 견해를 말씀하셨습니다.
"포스타가 너무 어둡지 않나요? 좀 더 밝게 고칠 수는 없을까요?"
"안됩니다."
또 또 그러나...
마지막 주문과정에서 교장 선생님의 지시로 글자의 색을 노랑색으로 바꾸도록 인쇄업자에게
맡겼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저는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고 점잖게 말씀을 드려서 원래대로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봐도 이같은 이야기는 흔히있습니다.
말하자면 예술가와 비예술가와의 대립입니다.
동서양의 왕권 사회에서는 물론 서양의 중세와 그 이후 근,현대에도
많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대부분 예술가들이 옳았다는 것입니다.
굳이 그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중견 TV드라마 작가 중 어떤 분은 방송사와 계약을 할 때
언제나 한 결같은 요구 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내 원고에서 허락없이는 단 한 자도 고치지 말 것."...
저는 비록 개인적으로 그를 존경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작가의 자존심입니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존심은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들의 감각과 생각을 존중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항상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선생님, 여기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는 절대 답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여기를 이렇게 그릴까 하는데요?" 라고 물었을 때만 제 생각을 말해줍니다.
예술에 있어서의 자존심은 결코 자존심이 아닙니다. 자존심은 예술의 근간이자 예술 그 자체입니다.
혹시, 우리 어른과 선생님들은
미완의 여유와 즐거움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고 무서운 일입니다.
학생회장 한영이, 부회장 지선이, 현진이, 현선이, 모두 수고했습니다.
마지막 포스터에 대한 평.
이현진, 문현선 두 이쁜이가 핸드메이드(타블렛 펜을 이용한 작업은 붓 작업 못지 않은 어려운 수공 작업임.)로 제작한 이 포스터는
인물은 물론 메인 레터링까지 대부분을 컴퓨터펜으로 그린 수작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감각인 무채색 톤과,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사선 구도의 채택은 매우 뛰어난 감각적 표현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서도 이 정도의 축제 포스터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주고 사랑!
브로슈어 표지를 위한 디자인(현선,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