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작은 그림'
첫번째로 작은 그림 '청산도'를 소개합니다.
저의 다음 개인전은 '작은 그림전'을 열 생각입니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지요.
그동안 큰 그림과 큰 생각? 에만 매진 해온 것 같습니다.
세상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있듯이
저 또한 작은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보고 싶습니다.
0호 캔버스를 아시는지요
흔히 1호 캔버스를 엽서 한장 크기에 비교하지요.
실제로는 0호 캔버스가 가장 작은 사이즈며 가로 18cm * 세로 14cm랍니다.
요즘은 여유가 있어서 글도 가끔씩 쓰고 있습니다.
제가 쓴 글과 함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청산도 캔버스에 아크릴릭 2호(25.8*17.9cm) 2011
청산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을 물으면
청산도다
아름다운 섬이기 때문이 아니다
서편제를 찍었기 때문도 아니다
다랭이 밭과 구들장 논 때문도 아니다
멋진 슬로우길 때문도 아니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른 청산도
그 때문도 아니다
청산도 양중리는 내 청춘의 탯자리다
앳된 총각인 나는 미술선생님으로 불렸고
선창에서 아주 먼 산골 하숙집에서
흰머리 결 고운 할머니의 솥밥을 얻어먹고
밤이면 호롱불을 켜고 시집을 들척거리다가
새벽이 되면 군불이 식어 몸을 떨며 일어났다
아이들은 날 봐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담벼락에 얼굴을 파묻고 선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가정방문은 무척 우울했지
선생을 보고 튀는 녀석을 뒤쫓다가
먹다 만 깡보리 간장 밥을 보고 만 것이다
찌그러진 양은그릇이 지금도 내 눈 속에 생생하다
녀석의 아버지는 죽어 없고 어머니는 미역공장을 다녔다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새벽
그날도 방바닥이 차가워서 일찍 깨어났다
인기척에 창문을 여니
흙담과 바다의 경계선에 아이들의 머리가 솟았다
녀석들은 선생의 흙담 밑에서 고스란히 한 밤을 지새웠다
미니버스를 함께 따고 선착장에 와서야
이미 먼저 와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버스의 정원을 아는 녀석들이 먼 새벽길을 걸어온 것이지
나는 어이없게도 꺽꺽 울고 말았다
녀석들도 무리지어 꺼이꺼이 울었다
완도를 향하는 배꼬리에서 이별의 손을 흔들었다
녀석들은 떠나는 선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배가 완도에 닿을 때까지 한없이 울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청산을 다녀왔다
죽기 전에 청산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