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섬진강...

전어

철우박 2006. 5. 25. 13:32

 

전어

 

 

허이, 허이.

 

힘껏 내치는 장대 깨지는 소리에

 

놀란 녀석들이 권자망 그물코에 제 머리를

 

쳐박는다

 

이리저리 작은 몸뚱이를 비틀며

 

이놈은 푸른 등이

 

저놈은 희디흰 배때기가

 

마구 섞여 팔딱거리며

 

늙은 바닥나기의 미소엔 은빛 비늘이 가득하다

 

 

 

                                                                 전어, 91*60.6 Cm, Acrylic on canvas, 1998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광양장 묵은 좌판위에

 

녀석들의 지친 어깨 위의 검은 반점들이

 

비로서 드러난다 그리고

 

해장거리를 찾던 낯설은 술꾼 앞에서

 

노릇이 구워지고 젓가락에 찢겨진 채

 

은밀히 숨겨두었던 실 같은 잔뼈를 드러내고

 

섬진강을 오가던 손님으로서

 

긴 여행을 마감한다

 

 

광양만엔 이제 늙은 어부가 없다

 

섬진강엔 이제 전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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