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허이, 허이.
힘껏 내치는 장대 깨지는 소리에
놀란 녀석들이 권자망 그물코에 제 머리를
쳐박는다
이리저리 작은 몸뚱이를 비틀며
이놈은 푸른 등이
저놈은 희디흰 배때기가
마구 섞여 팔딱거리며
늙은 바닥나기의 미소엔 은빛 비늘이 가득하다
전어, 91*60.6 Cm, Acrylic on canvas, 1998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광양장 묵은 좌판위에
녀석들의 지친 어깨 위의 검은 반점들이
비로서 드러난다 그리고
해장거리를 찾던 낯설은 술꾼 앞에서
노릇이 구워지고 젓가락에 찢겨진 채
은밀히 숨겨두었던 실 같은 잔뼈를 드러내고
섬진강을 오가던 손님으로서
긴 여행을 마감한다
광양만엔 이제 늙은 어부가 없다
섬진강엔 이제 전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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