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푸렙의 아버지 댁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몽골의 전통 가옥 '게르'에서 하루밤을 묵고싶다고 하자, 푸렙은 주저없이 아버지께서 게르에 살고 계시니 함께 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푸렙의 실제 고향은 '알타이'입니다. 알타이는 몽골 서부의 산악지대로서 울란바토르에서는 1000Km나 떨어진 곳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곳으로 이주하셔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TV의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보니 한국의 KBS 방송이 실시간으로 잡혔습니다.
세상이 좁아졌음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가끔 뉴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푸렙 아버님 댁에 맨손으로 갈수야 있겠습니까?
제가 개척한 시장으로 팀원들과 함께 장을 보러갔습니다.
선물은 이미 한국에서 준비하였지만 싱싱한 과일도 선물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선물 주고 받기를 매우 좋아한다고 합니다.^^
쏘세지도 듬뿍 샀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습니다.
출발 직후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칼텍스라? 눈에 익은 이름이군요. 아마 주유기를 우리나라 또는 외국에서 들여온것 같습니다.
유연 휘발유 1리터에 990두구르트이군요. 우리나라 돈으로도 990원입니다. 경제력을 감안할 때 결코 값싸지는 않군요.
몽골은 산유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푸렙에게 물었습니다. "어이, 동생, 자네 나라는 기름을 자급 자족하는가?" 푸렙이 대답했습니다. "네"...."정말로?"....."네"....."참말로?"...."글쎄요".....
우리말에 서투른 푸렙은 가끔씩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항상 그가 우리말을 잘 알아듣고 있다는 착각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누가 문제일까요?^^
또한 날이 거듭 될수록 푸렙은 몽골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에도 꽤 어둡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중 그런 푸렙을 원망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푸렙은 착하디 착한...욕심이 없는... 지극히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몽골의 쑥맥이었기 때문입니다.
푸렙의 아버님댁을 향하는 길입니다.
울란바토르의 주변 산자락에는 사진 처럼 판자로 지은 집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몽골의 집에는 반드시 판자 울타리가 설치되어있습니다.
굳이 푸렙에게 묻지 않아도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돌보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가끔씩 길가에도 게르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골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푸렙의 아버님께서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전통의상을 입고 계셨습니다.
아이고, 따가워라....
몽골의 인사법은 서양식에 가까웠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볼에 각각 한번씩...헤어질때는 순서가 바뀌어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순서를 까먹었습니다. 아무튼 우리 일행이 여섯명이니까 푸렙의 아버님은 열두번 뽀뽀를 해주셨습니다.
멋진 모자를 쓰시고 게르의 중앙 자리에 위엄있게 앉으셨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조금 긴장을 하였습니다.
탁자위의 보온병은 수태차가 들어있고, 큰 잔들은 수태차를 대접하기 위한 잔들입니다.
사진의 맨 아래쪽에 담배병이 있고 푸렙 아버님의 휴대폰이 보입니다.^^
몽골 국민의 70%는 불교를 믿고있습니다. 티벳 종파의 라마불교입니다.
게르의 오른쪽 편에 제단이 마련되어있습니다.
부처님상 오른쪽 처럼 가족사진을 온 게르 안에 붙여 놓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나라 시골과 똑같습니다.^^
난로의 주 원료는 석탄입니다. 먼저 나무로 불을 지핀 다음 석탄을 부어 가열시킵니다.
물론 모든 요리도 여기에서 만들어집니다.
실제 초원의 게르에서는 말린 소똥을 주 원료로 사용합니다.
드디어 우리 일행은 몽골 전통 과자와 수태차를 맛보게 됩니다.
전통과자는 밀가루에 소금과 설탕을 조금 넣어 담백한 맛입니다.
수태차는 몽골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주식 중의 하나입니다.
끓는 물에 소금과 녹차를 넣고 끓이다가 양유를 높은 곳에서 길게 따라 부으며 휘휘 저어 만듭니다.
맛이요? 글쎄요?...물을 탄 뜨거운 우유맛이기는 한데...처음 몇모금은 당황스럽습니다...다음 몇모금은 거북하지만 그래도 마실만합니다....한잔을 다 마실때 쯤이면 수태차의 맛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2~3일 쯤 마시면 수태차가 맛있다고 느껴지고, 아마 1년을 마시면 안 마시고는 못배겨날것 같습니다.
몽골인들은 식사 전후에 수태차를 한두잔씩 꼭 마십니다. 어떤 사람은 다섯잔도 거뜬히 마신다고합니다.
강우량이 적어 물이 귀한 몽골에서는 수태차야말로 수분의 공급 역할을 합니다.
몽골에서 수태차를 대접 받을 때는 수태차가 자신의 탁자 위에 올려질때까지 열심히 이야기에 열중해야합니다. 혹시라도 그릇을 닦는 광경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물이 귀한 몽골의 게르에서는 행주와 걸래의 구분이 없습니다.^^ 저도 몇일만에 그 장면을 목격하고선 마시기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수태차를 쭉 쭉 들이키다보면 그릇의 밑바닥에 검정색 가루가 드러납니다. 그것까지 마시지는 마십시오.^^ 그것이 걸래에서 묻어나온 찌꺼기였을까? 저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차잎의 가루가 분명하다고 저는 믿고있습니다.^^
담배병입니다. 몽골의 전통 담배입니다.
손님이 방문하면 주인은 수태차를 대접한 후 이 담배병을 돌립니다.
손님은 두껑을 열고 두껑에 달린 꼬챙이를 이용하여 병 속의 가루를 아주 조금 덜어서
왼손 엄지 손톱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코카인을 흡입하듯 코를 대고 단숨에 들이마십니다.
약간의 자극과 함께 독특한 향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에는 담배가루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독특한 어떤 향료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푸렙의 부부입니다.
아내는 사진보다 더욱 미인이었습니다.
"푸렙, 자네도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군...." "아따, 형님도...마누라가 듣겄소..."
푸렙의 아내는 발레리나입니다. 한국에도 6개월 정도 머물렀으며 한국말도 곧잘합니다.
게르안에는 수도꼭지가 딱 한개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집안에는 수도꼭지가 딱 한개뿐입니다.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수도꼭지 위의 작은 통에 붓습니다. 이 한바가지로 모든 식구가 저녁 세수를 하고 설거지도 해야합니다.
한국에서 온 여성들은 아예 물 사용을 포기하고 크랜징크림으로 세수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몽골에서 물을 펑펑 쓰면 개자식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표현 말고는 없네요.^^
물부족 국가인 한국에서 물을 아끼지 않는 범죄자(?)들은 게르에서 1주일의 형벌을 받으면 고쳐질것입니다.^^
푸렙의 하나뿐인 아들 '푸렙 제르구네'입니다. 다섯살인데 보통 똑똑하지가 않습니다.
이녀석은 김치광입니다. 식단에 김치가 있으면 다른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김치를 먹다 매우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웁니다. 그리고 한참을 울다 또다시 김치를 달라고합니다.
정말이냐고요? 제 아들 형석이를 걸고 맹세합니다.^^
몽골도 우리나라처럼 부계족보입니다. 그렇지만 성과 이름이 교차로 이어 내려갑니다. 푸렙의 성명은 '푸렙 남바'입니다. 이름은 푸렙, 성은 남바입니다. 푸렙의 아들은 '푸렙'이 성이됩니다. 푸렙의 손자는 '제르구네'가 성이 되겠지요. 유목민다운 족보계통입니다.
아버님 뒤 쪽으로 보이는 게르가 부렙의 형의 게르입니다. 우리 일행은 오늘 밤 이곳에서 묵을 것입니다. 게르 앞에 붙어있는 작은 집은 게르의 입구입니다. 찬 기운이 직접 문을 통하지 않도록 완충 작용을 하며 연료나 농기구를 놓아두기도합니다.
문제의 원탄입니다. 솔직히 무서워서 푸렙에게 물었습니다.
"어이, 동생, 몽골에선 혹시 연탄가스사고 안나는가?"
"머시라우? 먼 말인지 모르겄소, 성님."
.......
우리가 기거할 게르로 이동하였습니다.
주인장 자리에 앉아보았습니다. 제 어깨 뒤쪽으로 한 여인의 사진이 있습니다. 푸렙 형수의 영정 사진이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지병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앞쪽의 여자 아이가 그의 딸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가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그 영정 밑에서 잠을 잘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아버님의 게르로 갔습니다.
한국의 여성들이 푸렙 아버님을 유혹하는 작전을 감행하고있습니다.
아버님의 표정을 잘 살펴보십시오. 조금도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
한국 여성들의 작전은 잠시 후, 푸렙의 어머니께서 돌아오시자마자 종료되었습니다.
푸렙은 효자입니다. 몽골에서 가장 맛있는 보드카를 아버님께 선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다시 우리들에게 그 보드카를 하사하셨습니다.
보드카 잔이 너무 아름다워서, 몽골을 떠나는 날 온 백화점을 다 뒤졌지만 결국 사지 못했습니다.
김치와 풋고추가 40도 보드카와 어울릴까요? 마셔본 사람만이 알것입니다.^^
몽골 사람들은 러시안인들과 마찬가지로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다량의 육류와 독한 술을 마십니다.
저는 앱솔루트 보트카보다 몽골산 보드카가 훨씬 감미롭고 맛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알았습니다.
몽골의 전통 음식 칼국수입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를 뽑아내는지 경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칼국수 속의 양고기입니다. 어제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식당에서 처음 양고기 맛을 보았지만, 양고기는 특유의 강한 향이 있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조진형씨가 가장 빠른 적응력을 보였고 제가 두번째로 적응하였습니다.
칼국수 점심 후, 제가 한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마을 앞산을 둘러보고싶다고...모두다 찬성하였습니다.
즉시 출발.
아버님 옆의 개가 몽골의 토종견 '방카라'입니다. 진도개보다 체구는 좀 더 크고 온순하고 충직한 개처럼 보였습니다.
큰 길과 마을을 질러 단숨에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3부 능선 쯤 올랐더니 몽골 샤머니즘의 대표인 '오버'가 우릴 반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래쪽으로 우리가 질러온 마을이 보입니다.
산넘어 뒷산과 방카라가 무척 잘 어울립니다.
기념사진...두명이 빠졌군요.
이제 그만 내려가야죠...
멀리 우리 일행들이 내려가고 있는 풍경입니다.
여기서 잠깐, 돌발퀴즈입니다.
그럼 이 사진은 누가 촬영한것일까요?
물론 답은 저입니다.
보드카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의 부질없는 모험심(또는 객끼)이 또다시 발휘되고 있는 중입니다.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때를 부리면서, 정상을 다녀오겠노라고 대열을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솔로입니다.^^
비행기 괘적 밑에 왼쪽 멀리 무슨 물체가 있습니다. 가자! 가자!
발 아래 눈꽃입니다. 오를수록 더 추워지는군요.
멀리서 보았던 물체입니다.
제 생각으론 산 속의 등대가 분명합니다.
30여분...또는 1시간을 계속 올랐습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발아래 펼쳐지는 겨울 몽골산의 비경은, 나를, 혼자라는 공포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적당히 속된 말로 "죽여주는구먼..." 하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맑은 하늘에 해가 카메라에 찍히는 이유가 뭘까요?
비밀입니다. 제 글을 처음 부터 꼼꼼히 읽으면 답이 있습니다.^^
멀리 앞산에 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아른거립니다.
비(秘)경일까요?
비(非)경일까요?
.....
후에 작품으로 말하겠습니다.
천지창조일까요?
.....
역시 후에 작품으로 말하겠습니다.
추위를 무릅쓰고 세장의 스케치를 그렸습니다.
이 순간 이후로 저는 못된 강아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블러그에 유서를 남기고 온것이 화가 되었는지....
저를 크게 걱정하여, 조진형씨와 푸렙이 산을 뛰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중부 능선에서 저를 만난 순간, 두 사람은 허탈하여 탈진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순간에도 사진 찍을 생각을 하다니...
저는 전생에 기자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히히히
제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댁 소들도 귀가를 하였습니다.
난 혹시 못된 강아지가 아니고 못된 송아지일까? 히히히
저녁식사를 마련하기위해 게르가 바빠졌습니다.
큰 솥에 물을 붓고...
통감자와 당근, 양파, 소금을 넣고...
한참을 끓이다가 양고기를 넣습니다.
보글 보글...
두껑을 덮고...보글 보글...
다 익었습니다.
마늘도, 간장도, 조미료도 넣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완성'이라 부릅니다.
이 전통 음식의 이름은 '홀호크'입니다.
요리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게르 안의 풍경을 스케치했습니다.
난로 속에 넣어 두었던 조약돌을 꺼내어 요리 속에 넣었습니다. 보온 기능에 게르마늄기능까지?
보트카 한잔 마시고... 야물딱지게 한번 뜯어보자.
맛이요? 아래 사진 아버님 얼굴을 보십시오.
그날 저녁부로 아버님을 '형님'으로 모시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고 푸렙에게만 말했습니다.
"어이, 자네하고 나하고 15살차인데 자넨 나에게 형님이라 부르지 않는가?"
"자네 부친하고 나하고는 고작 10살 차이인데, 내가 어떻게 불러야 하겠는가?"
" .........형님, 알아서 해부씨요."
푸렙의 아버지 (붓펜, 스케치)
홀호크만으로는 15명의 배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대한민국의 라면이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게르안에서의 라면 맛이요?
죄송합니다. 감히 묻지마십시오.
....&*$#@!%^$&*#$*.... 이 맛입니다.
각자 자기 수저는 설거지해야죠.
게르의 수도꼭지는 다 열어도 이만큼만 물이 나옵니다.
굳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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