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날, 왠 무 김치냐고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 결혼 기념일은
온갖 해산물과 케익과 포도주를 상다리가 뿌러지게 차려놓고서
전반전 내내 행복했었고
후반전은 역시 fighting 하고 말았습니다.
(요리와 살림살이 카테고리 - 결혼기념일 상차림 참조)
"여보, 오늘은 스물두번째 기념으로 어디서 한판 싸워볼까?"
제가 먼저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잔소리 말고 이참에는 내가 하잔대로 합시다. 당장 첨단으로 건너오씨요"
"갑자기 첨단은 무신놈의 첨단이여, 난 그 동네 길도 잘 몰라."
"와"
"못가"
"와 ! ! ! ! ! !"
"알았어..... 갈 께"
꼬마 무가 귀엽습니다.^^
얘길 계속하죠.
우리집 바깥사람이 첨단으로 일을 보러가면 꼭 들리는 단골 식당이 있습니다.
'툇마루'라는 골목길 조그마한 한식당인데..... 정말 괜찮은 곳입니다.
5000원짜리 보리밥을 시키면 게장과 갖은 찬이 듬뿍 나오는데
가격 대비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근데 그 식당의 사장님 내외께서 어떤 인연으로 인해,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을 스페셜로 빛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식당일까지 사람을 사서 내던지고...
첨단에서 멀지 않은 장성의 어느 별장으로 음식 준비를 해 가서
지인들과 식당 내외분과 함께 즐겼습니다.
준비된 음식은 삼합(홍어,돼지고기,묵은김치)과 홍어탕이었습니다.
무를 그림처럼 칼집을 냅니다.
얘길 계속하죠
그런데 그날의 음식 중 오히려 참석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홍어탕과 무 김치였습니다.
그날의 무 김치는 맑고 감치는 맛이 뛰어나 모든 이의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장님께 비법을 전수 받아
다음 일요일날 당장 무를 사다 김치를 담궜습니다.
홍어탕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우리집에서만 2년을 묵힌 영광군 염산면의 천일염입니다.
칼집 틈새를 벌려 소금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무는 크기가 작은 조선무가 맛이 있습니다.
사실상 무 김치맛은 무의 선택이 좌우합니다. 맛있는 무를 사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서부유통센터를 갔는데 일요일이라 물견이 없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장 담구겠다는 욕심으로 한다발 3천원을 주고 샀습니다.
햇 생강도 2500원을 주고 한 단 샀습니다.
햇 생강이라 씻기도 편하네요.
일부는 그림처럼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생강차나 매운탕 등을 요리할 때 사용하겠습니다.
또 일부는 갈아서
랩을 깔고 그 위에 얇게 펴고
랩을 덮어서
이런식으로 몇층을 만듭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필요한만큼 분질러서 사용하면 됩니다.
마지막 일부분은 삼베로 짜서 즙을 만들어 김치 양념에 넣겠습니다.^^
이때 !
바깥사람이 갑자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시작합니다.
속셈은 뻔합니다. 제 솜씨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제 블로그에 나쁜 여자로 표현되는 것을 봉쇄하려는 것이죠.^^
"뭐야? 찹살을 갈아서 죽을 쓰려고 했는데..."
"무시기요. 촌맛이 나게 할려면 이케 불렸다가 밥알이 보이게 죽을 쒀야제."
.....
고추, 마늘, 양파, 생강,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 김치를 담글때는 멸치액젓 보다는 까나리액젓을 써야 맛이 좋답니다.
글고 빨간고추를 절대 많이 쓰면 아니됩니다.
글고, 특급 비밀...
설탕을 쪼까 넣어야 쓴디
실제 설탕을 넣으면 맛이 허물허물해진다네요.
거 머시냐? 사탕까리 대신
당원을 쬐~~~끔 거짓갈로 넣어야 쓴다
그것이 중대한 맛의 비법입니다.
이것이 당원인디...뉴슈가라고도 부르고...원조는 사카린입니다.
옥수수를 삶을때도 많이 쓰이죠.
사카린은 많이 잡수면 건강에 도움이 안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당근도 썰고
실파도 썰고
"멀라고 썬가? 그냥 씸풀하게 담글려고 했는디..."
"멋을 안다고 그러시요. 조용히 굿이나 보씨요."
세시간이 지났습니다.
제 생각엔 다섯시간 정도는 절여야 쓴디...잠은 자야죠.
버물림은 바깥사람께서 친히 해주셨습니다.
누구나 맨 마지막 주자를 하고 싶어 하겠죠.
.....
그래, 잘났어 ...
사흘간 익혔습니다.
괜찮긴 한데 뒷맛이 조금 쓰네요.
스스로 70점 주겠습니다.
더 좋은 무를 사서 다시 담궈보겠습니다.
....
참,
최근의 결혼 기념일 중에서 이번에는
별 탈이 없이 평화롭게 넘어갔습니다.^^
"여보, 무수김치 담그느라 애썼소."
"칵 !"
저는 할머니들처럼 자주 '무'를 '무수'라고 부르는데
바깥사람은 그걸 무지 싫어합니다.
무수 무수 무수 무수 무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