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20개국 500여명의 문화인들이 초청된 행사장은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가 걱정됩니다.
2007 아시아 문화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문화관광부와 광주광역시에서 주최한 포럼입니다.
주제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에 관한 내용입니다.
몇 년 전부터 광주가 문화수도 또는 문화중심도시가 된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도청 주변의 남도예술회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빌딩들이 철거되면서 시민들은 정말 뭐가 되기는 되나보다 하고 실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도대체 문화중심도시가 무엇이고 광주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 당사자인 시민들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저도 사실 그 범주의 한 시민입니다.
포럼에 참석하여 보고 느낀 것을 기반으로 쉽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광주문화수도 육성이란 말은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 때부터 이 말은 광주 시민들 주위에서 맴돌며 많은 담론과 갈등 속에서 보였다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다가 다시 보이는 등 ‘잠 못 들게 하는 유령’ 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 전남대 김영기 교수의 표현 -
이 거대한, 미래 광주의 프로젝트는 광주시민들의 어떤 관심과 무관심에도 관계없이, 마치 12년 전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을 연 제1회 광주비엔날레 때처럼 척척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10월 8일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모습을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드러낸바 있습니다.
광주문화중심도시는 크게 다음과 같은 모습과 내용을 갖게 됩니다.
첫째, 광주문화중심도시는 광주와 대한민국의 범주를 뛰어 넘어 아시아권의 문화교류도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왜 아시아인가?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당한 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새로운 인류문명의 대안으로 제시할 힘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둘째, 구 도청 일대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2년에 지어집니다. (사진 참고)
구 남도예술회관의 자리에 아시아예술극장이 들어서고 각종 전시장과 민주인권기념관, 아시아문화정보원, 어린이 지식문화원 등이 생겨나게 됩니다.
셋째, 예술진흥 및 문화관광산업의 육성입니다. 예술가들에게 많은 지원을 하여 광주를 문화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문화와 경제를 묶어서 살리겠다는 겁니다.
이 날 개회사는 문화부장관이, 환영사는 광주광역시장이 하도록 계획되어 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출장을 이유로 참석치 않았습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로 참여한 오카자마 사다이치로씨는 문화의 다양성 및 교류촉진의 중요함과 2003년 유네스코에서 체결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제3세계 국가들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했으며 광주의 움직임이 '문화수호활동'의 가치를 넘어 '문화구축활동'으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로 기조 연설을 한 작가 황석영씨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참가자들에게 당장 물을 주라고 호령했습니다. 식탁 위에 물컵과 술잔은 잔득 쌓아놓고 호령이 난 후에야 웨이터들이 모두 나와 물을 따르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황석영씨는 맨 먼저 20년전 이 지역에서 살던 이야기를 하였으며, 비엔날레를 비롯한 광주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서 흡족하지는 않았다고 운을 떼었습니다. 지금의 신자유주의를 냉전체제 이후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현실을 들어 실랄하게 비판하였고 아시아는 결코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문화는 보편성보다는 다양성을 더욱 중시해야한다고 말했으며 결국 지구는 문화연대를 통해 경제연대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마지막으로 문화팽창주의를 걱정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독재정권 때 유럽의 지원을 많이 받았으니 우리도 아시아의 어려운 나라에게 도움을 베풀어야한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광주인가?
현 정부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된 이 고장에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옛 부터 ‘예향’, ‘의향’이란 이름도 있고 하니 문화중심도시가 어울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광주는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성공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첫 번째 의문입니다. 광주는 정말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광주시민들은 과연 문화도시인으로 거듭 날 자발적 준비가 되어있으며 추진과정에 협조를 할까요? 아니면 결국 관이 주도하여 이끌어나가고 시민들은 구경만 할까요?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광주는 현재 정말로 ‘예향’인가요? 과거엔 정말 이 고장은 틀림없는 예향이었습니다.
보성의 서편제와 진도의 윤선도, 윤두서는 물론, 시내 허름한 다방에서 조차 의제 허백련의 남종화를 구경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결코 아닙니다. 잘나가는 작가나 예술인들은 대부분 상경하여 광주를 떠났습니다. 매년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이지만 광주의 문화수치는, 도서관 장서 수, 박물관 수, 박물관 입장객 수, 미술관 수 등으로 비교 분석했을 때, 16개 도시 중 브라질리아에 이어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광주문화수도 육성을 위한 문화환경연구(2004)- 과연 광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의문입니다. 문화도시의 건립비용(2005년-2000억, 2006년-800억)은 앞으로도 수백 또는 수 천 억원이 투자될 것입니다. 광주는 이 큰 돈으로 적절한 수익을 창출해야합니다. 왜냐면 문화와 경제를 묶어서 살리겠다는 애초의 계획이 없더라도, 광주는 더 이상 경제적 변방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광주는 아시아와 국내의 예술가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흡인력이 있어야합니다. 그렇다면 광주와 전남은 문화를 매개로 한 국제적 관광도시가 되어야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 합니다. 예산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배분되어집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눈에 안 보이는 것입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반시설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충분치 못한 예산으로 기반시설에 치중하다보면 정신적 무형기반이나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광주에 대형 오페라 극장을 우선 지어야한달지 에펠탑에 버금가는 대형 탑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을 두고 큰 갈등을 겪은 것이 그런 문제점을 시사합니다. 과연 광주는 슬기롭게 투자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의문입니다. 과연 시민들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육성이 광주의 미래를 밝혀줄 유일한 대안임을 수긍할 것인가요? 시민들은 함께 발 벗고 나서서 광주의 새로운 탑을 쌓을 수 있을까요? 광주 시민의 단결에 관한 문제입니다. 정부와 광주시는 시민들에게 이런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하여 충분히 홍보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는가요?
패거리란 말은 좋지 않은 상스런 말입니다. 그렇지만 부패한 우리나라 정치 집단들에게는 당연시 사용되는 말입니다. 문화 판에도 패거리는 있습니다. 광주의 문화 판에도 패거리는 있습니다. 이 패거리로 불려야 할 문화인들은 미술, 음악, 공연, 문학 등 장르별은 물론, 문화관공서, 사단법인 문화 단체에도 산재 해 있습니다.
그럼 패거리로 불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그 패거리들을 분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입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의 각종 선거를 보면 그런 꼴불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예술인들의 권익을 위한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인지 아니면 지방의회 선거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학연 지연은 물론 접대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단속이 없기 때문에 일반 선거를 무색케 합니다.
또 있습니다. 비단 관변단체가 아닐지라도 문화중심도시 조성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부 권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판단은 관변단체에 비해서 아직은 신중해야합니다. 누군가는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신정아 사태가 보여주듯이 우리나라의 문화판도 진즉부터 썩어있었습니다. 우리 민예총은 초기부터 이런 문화 권력과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공룡과도 같은 문화 권력은 오히려 우리 민예총을 초라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과연 광주는 패거리들의 먹잇감이 아닌, 진정한 시민을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광광부와 광주광역시와 광주의 주요 언론은 과연 이런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으며 마땅한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이 또한 저는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신정아 사태가 일어난 후, 광주비엔날레가 새 이사진을 발표하던 날, 박광태 광주시장은 참관중인 시민단체 대표와 광주 민족미술작가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평소엔 비엔날레를 돕지도 않다가 이렇게 어려울 때면 나타나 훼방만 놓는다” 라고요. 저는 광주민미협 수장으로서 그 말을 듣고 분노와 충격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매년 오월이면 광주의 진보적 문화 단체들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펼칩니다. 이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리는 ‘빛고을 광주’ 그 아름다운 저항의 꽃을 고이 가꾸어왔습니다. 그런 진보적 미술단체를 광주 비엔날레는 철저히 외면 해 왔습니다.
그러고서도 그들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광주의 저항정신과 민주정신에서 비롯된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긴 이런 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진보적 미술인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한 참의 정권이 흐른 후에, 보수 미술 단체가 여전히 정부의 비호 속에서 문화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음을, 뒤늦게 얼빠진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광태 시장은 지금까지 오월展이나 거리 미술전에 나타나 격려는 고사하고 구경이나 한번 해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는 엊그제 또 기가 막힌 제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 과연 불도저 같은 발상입니다. 차라리 광주관광중심도시를 만드는 게 낮겠습니다. 그는 또 청계천을 본 따 광주천을 나름대로 볼만하게 꾸며놓았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조형물들은 멀지 않아 철거되어야할 것입니다. 청계천보다도 못한 광주천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천은 한강에 견주어도 파리의 세느강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조성되어야할 것입니다.
광주 시민들은 과연 이 같은 박시장의 진정성과 소양을 믿을 수 있을까요? 광주비엔날레가 명예 이사장인 박광태 시장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의 천박하고 조급한 경제논리에 과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미래를 맡길 것인지 시민들은 현명하게 판단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유난히 박광태 시장을 붙잡고 흔드는 이유는 그에게는 시장으로서 강력한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문화를 정치적 눈으로 바라보는 잘못을 종종 저지릅니다. 차라리 관광 도시라면 좋습니다. 관광이 안 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그렇지만 문화는 다릅니다. 광주의 문화는 광주의 얼이자 광주 시민의 자긍심입니다. 성급하고 잘못된 문화정책은 광주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빛까지도 사그라들게 만들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관해 제언하겠습니다.
1.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는 광주 시민의 자발적인 진정한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합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도 이해구도가 엇갈려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산통이 두려워 아기를 조기 분만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관 주도로 이끌어 갈 때, 그 부작용은 오랫동안 치유하기 힘든 빗나간 과거가 되고 말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야합니다.
2. 깨끗하고 능률적인 인사가 이루어져야합니다. 광주 시민과 광주 전문가들의 힘으로만 충분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히딩크 감독이 생각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차후 프로젝트를 관리할 전문가를 초빙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민단체와 참신하고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설치 또는 보완해야합니다.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이익단체나 개인의 충돌과 불신으로 치달을 경우, 그 혹독한 대가는 우리의 후손들이 치르게 될 것입니다.
3. 정치에서 자유로운 문화중심도시가 조성되어야합니다. 물론 정치와 문화도시를 단번에 쪼개어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 정권 내에 또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임기 내에 골격을 반드시 세우거나 예산을 서둘러 집행하는 일은 가장 경계해야할 행태일 것입니다. 정부와 시장은 정권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항구적인 안목으로 광주문화중심도시 건설을 추진해야합니다.
4. 과연 광주는 문학을 포함하여 미술, 음악, 연행, 전통문화에 이르기 까지 모든 문화의 중심이 되어야할까요? 그러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요? 추진과정에서 비전이 돋보이는 분야를 특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5. 광주는 과연 아시아의 문화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어떤 방법일까요? 혹자는 한류처럼 공격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교류의 의미는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진정 아시아가 서구문화의 포로가 된 사실에 현자는 반성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라는 문화 단위도 사실은 매우 복잡하고 모호한 것입니다. 광주는 아시아 문화의 상생을 위해 아픈 살을 베어내는 희생정신을 잊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6. 광주는 어떤 모습의 도시로 바뀌어져야할까요?
우선 광주의 거리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의 거리로 점차 탈바꿈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궁동 예술의 거리에 짙고 촌스럽게 화장한 루미나리부터 철거해야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의 거리를 복합화하여 광주천변에 새로운 예술의 거리가 조성되어야한다고 봅니다.
광주의 거리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차별화되어야합니다. 현재의 상호 간판은 모두 떼어내고 리모델링을 통해 아름답게 변신해야합니다. 전신주도 지하로 모두 파묻어야합니다. 광주의 지하철 공사를 취소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광주의 아파트 건설은 이제 억제되거나 대안을 마련해야합니다. 예술의 도시가 아파트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건축심사제가 도입되어야합니다. 새 건물을 건축하려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도시미관을 해치는 조잡한 환경예술을 재심사하여 철거 권고를 하고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합니다.
이런 병폐를 아십니까? 현행법은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비의 1%를 투자하여 환경미술을 만들어야합니다. 큰 건물 앞이나 아파트 안에 세워진 조형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광주의 경우 대부분 지명도 있는 관변지역미술가들과 대학 교수들의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더러워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그곳에는 작가들 간의 암투가 비린내가 날 정도이고 심지어 덤핑행위까지도 서슴치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이니까 거기까지도 봐주겠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은 작품의 수준입니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쓰레기 청소부터 단행해야할 것입니다.
큰 걱정이 있습니다. 이 정도 일을 하려면 독재자나 가능할 법인데 말입니다. 저는 학교에 근무할 때마다 불량 세종대왕상과 불량 이순신상들을 철거하려고 노력했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환경미술은 세우는 일보다 철거하는 일이 백배는 어렵습니다.
박광태 시장님은 표에 연연하지 말고 이런 독재나 한번 해보시지요. 당장은 죽일 사람이 되겠지만 훗날 진정 광주를 위한 선행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광주 시민들도 예술적 안목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수준 높은 시민들이 많을수록 사이비 예술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7. 광주에 수준 높은 예술대학이 세워져야 합니다. 그 수준은 간단합니다. 현재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수와 전국의 예고생들이 앞 다투어 지원하도록 만들어져야합니다. 질 높은 교육이 빠진 문화중심도시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제 생각으로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교육에 투자해야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과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애써 가르쳐 놓으면 서울로 되돌아갈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교육이 빠진 문화도시는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8. 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을 지원해야합니다. 사실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준 높은 예술인이 없는 문화도시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조금만 이름이 나면 서울로 올라가버리는 예술인들을 붙잡아 빛고을 광주에서 마음껏 먹고 살며 창작에 전념하도록 지원해야합니다. 이 역시 예술시장이 없는 광주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8. 마지막으로 시간에 관해서 말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2년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5년 후입니다. 신기하게도 다음 정권이 끝나는 해에 맞추어졌군요.
제가 만일에 권한이 있다면 광주문화중심도시는 50년 후에 자리를 잡도록 추진하고 싶습니다. 대기만성? 아닙니다. 소기만성입니다. 대한민국이 ‘대기(大器)’라면 광주는 당연히 ‘소기(小器)’입니다. 과연 우리는 광주라는 작은 도시를 얕잡아보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바쁘디 바쁜 한국의 정신은 아이티 강국과 한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급성 때문에 한없이 가벼워지는 대한민국의 삶과 문화를 저는 싫어합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화순 고인돌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인돌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세계 고인돌의 절반가량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 옛날 집체만한 바위들을 시나브로 움직여 세계 최고(最古)의 고인돌문화를 건설한 조상의 후예들입니다.
광주문화중심도시 단단하게 천천히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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