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광주 민미협 창립'에 부쳐 광주민예총 문상태기자와 광주민미협 지회장인 저와의 문답글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댓글을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 민미협 광주지회 창립 부분
질문(문상태) - 지난 10월 26일에 있었던 민미협 광주지회 창립의 배경과 의미를 간략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답변(박철우) - 5년여 전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를 해산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재정권이 사라진 현실에서 우리는 할 일을 잃은 것 같다. 현재로서는 공동체를 해산하고 미술가 개인으로 돌아가, 현실적 사회 체험을 통해 다음을 준비할 것이다.” 그런데 5년 후, 2006년 지금, 그런 시기가 가시거리에 들어온 것입니다. 문민,국민,참여정부가 진행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 개발지상주의, 환경문제 등과 더불어 보수 세력의 반격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진보정신과 리얼리즘이 다시 일어날 때입니다. 더군다나 광주는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중심이 되어 중대한 미래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아직도 기수를 찾지 못하고 공무원들의 독선과 무능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시민과 작가들의 저변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할 것입니다. 광주민미협은 진정한 풀뿌리 문화도시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질문 - 창립대회 경과보고문의 운영계획안을 보면 ‘진보미술’이라는 용어가 ‘민족미술’이나 ‘민중미술’이라는 용어보다 많이 사용되는 것은 단순한 단어의 변화가 아니라 여기에는 많은 의미들이 내포된 듯 합니다. 광주민미협의 이념과 활동의 지향점들을 내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요?
답변 - 사실 언어의 문제는 어렵고 한계가 있습니다. ‘민족,민중미술’은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 때의 용어입니다. 시대가 바뀐 지금, 이 용어는 상당한 안티(anti)를 안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진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향성의 변화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실주의적 기법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내부의 젊은 작가들도 설치미술과 퍼모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을 크게 보아 아름다운 ‘리얼리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고리를 간과한 맹목적인 붓질은 진정한 미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진보적 미술운동의 생명은 ‘현장성’에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구체적으로 ‘진보적 미술운동’과 ‘현장성’에 대한 부분들을 설명해 주시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변 - 현장성은 미술가로서의 헌신성과 시민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입지와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현장성을 미처 생각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민미협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우리는 민예총 미술분과 사업을 통해 시민미술학교를 개설하고, 어린이 미술교실을 열고, 농어촌 지역을 방문하여 벽화를 그리거나 전시활동을 하면서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인의 관심은 온통 경제와 교육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민미협은 헌신성을 바탕으로 문화를 사랑하는 광주 시민 만들기에 노력하겠습니다.
- 민미협 광주지회의 조직 구성이 궁금합니다. 간략하게 조직 구성을 설명해주시고,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 주십시오.
답변 - 조직은 분과체제로 꾸려져 있습니다. 과거처럼 서양화, 한국화, 조소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평면분과, 입체분과, 사진분과, 디자인분과, 미술교육분과 등으로 꾸렸습니다. 앞으로 미술교육분과가 꾸려지면 참여 회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 민미협 회원 부분
- 민미협 회원 구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현재 참여 회원들은 몇 분정도 되고 있으며,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요? 지난 시기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1988-?)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의 참여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고, 새롭게 미술운동 단체활동에 참여한 회원들은 어느 정도 되는지요?
답변 - 현재 창립 회원은 70명 정도입니다. 구 ‘광미공’ 회원들이 과반수이상이지만, ‘광주미술인연대’ 등의 활동을 통해 합류한 젊은 작가들도 상당수입니다. 연령은 20대에서 50대 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광미공 초창기 회원들은 40~50대의 중견 작가들입니다.
- 광주지역 미술운동이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해체 이후 광주민예총 미술위원회로 그 명맥이 유지되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광주지역 미술운동을 집결하는 운동의 구심점이 부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원들 간의 현실 인식과 역사의식의 간극들이 발생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이러한 문제 극복을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계신지요?
답변 - 사실 광미공이 해체된 이유 안에는 역량 있는 작가들의 탈퇴 또는 무관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회장 수락 인사말 중에 ‘작가들에게도 의리는 소중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보적 미술 단체에 속함으로서 받는 불이익과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신을 이유로 탈퇴하고 제도권 미술단체로 이적한 작가들이 이곳 광주에 많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선후배들 간의 갈등도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좋지 않은 구실을 하였습니다. 이유를 굳이 말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선배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민미협은 앞으로도 젊은 세대들을 포용하며 항구적으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관료적 인간관계는 어느 곳이나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 다른 연령, 서로 다른 역사 인식, 서로 다른 미술관을 꾸밈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승화시키는 민주적 ‘민미협’이 되었으면 합니다.
- 창립대회 자료집의 운영계획(안)의 목적에 보면 ‘미술인의 복지 및 창작여건 개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과거의 작가중심의 창작활동만으로 제한된 미술운동에서 벗어나 미술환경을 둘러싼 제반 영역(즉 전시기획과 미술관 운영, 평론, 미술학 연구자 등)을 미술운동의 주체로 설정한 것이라고 봐도 될까요?
회원구성을 보면 미술이론 2명(배종민, 최영길), 문화기획 1명 (차소연)으로 회원 구성이 작가중심에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답변 - 오늘날 제도권 미술단체의 실상을 보면 ‘시민미술의 장려와 확산 정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철저한 명망 작가 중심이며 그나마도 연말에 치러진 미협 선거를 보면, 어느 이익 단체보다도 전공분야와 학연 등에 의존하는 등 더 이상 부끄러울 수 없는 양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론은 없고 작가만 있는... 미술 정치꾼만 있고 작가는 없는... 빛고을 광주...정말 걱정스럽습니다.
민미협에서는 작지만 보다 폭넓은 영역을 바라보며 출발하겠습니다. 미술 이론이 살아남기 힘든 지역사회기반이 아쉽기도 하지만, 진실성을 가지고 한발 두발 내딛다보면, 작고 소중한 문화의 빛이 빛고을 광주를 따사롭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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