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유서

철우박 2007. 1. 14. 07:15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1월15일부터 2월4일까지 21일간

몽골과 브리야트 공화국입니다

 

광주민예총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문화교류'사절단으로

그 곳의 문화를 살피고

 예술인,문인들과도 함께 대화하고 오겠습니다.

 

제가 쓴 글중 '여행준비물'이라는 글을 보면

해외여행준비물에 '유서'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유서를 남기고갑니다.

 

유   서


나는 1954년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흙으로부터 생성되어

1955년 어느 날,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

 

만일, 내가

나의 부주의로 또는 피하지 못할 운명으로 인해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불효이다.

“어머니,아버지 불초자 이보다 더한 불효가 없다고 생각하오며

용서를 빌겠습니다.

부디 남은 여생 행복한 삶으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사실, 나는 지금 죽어도 큰 여한이 없다.

그 이유는 인간으로 태어나 50이 넘게 살았으면, 비록 선하고 큰 기억에 남을만한 행실을 하지는 못하였으나, 살만큼 충분히 산 것이다.

 더군다나 우주 만물의 이치로 볼 때, 나의 인생은 너무나 미미한 순간에 불과하며, 내가 태어난 신성한 한줌의 흙으로 다시 되돌아감이다.

미안함이 있다면

내 아내와, 형제자매, 자식들, 그리고 지근했던 내 선후배와 모든 벗들에게 잠시 슬픔을 안겨주고 번거로운 절차들을 신세짐이다.

 

흙으로부터 생성된 나의 유골은 흙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주기 바란다.

나의 육신 중 살아있는 자 들에게 필요한 장기가 있다면

무엇이 되었든 사례 없이 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육신은 뜨거운 불에 태워 곱게 갈아서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 위에 뿌려주어도 좋다.

 

여보, 미안하오.

오랜 세월 함께하지 못해서...

당신을 만나 지금껏 살아온 삶 모든것이 아름다운 나의 기억이리오.

승조와 형석이도 미안하다.

내가 애비로서 너희들에게 충만한 사랑을 베풀지 못하였음이다.

언제나 자기 욕심보다는 남을 생각하고

조금씩이라도 희생하며 베푸는 삶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나 없이 적적한 어머니를

항상 가까운 곳에서 섬기기 바란다. 

 

사랑하는 민예총,민미협,전교조 식구들

그리고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헤어진 모든 벗들...

여러분과 함께한 떳떳한 삶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적히지 않고 나와 인연이 있었던 모든 벗들...

내가 항상 진리보다는 진심으로 그대들과 말하고 행동했는지

부끄러움을 느끼고 용서를 바랍니다.

 

나는 자식들에게 미술가가 되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 길이 때로는 한없이 나 자신을 고뇌하게 만들었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예술가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말 행복한 화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교직이라는 밥줄을 갖고, 작은 학교들을 �아 다니며

나만의 많은 시간들을 누려왔습니다.

 

저의 소심하고 나약한 작품들을 모아

세상의 이름 없는 작가들...

밥보다는 예술이라는 유희와 자존심에 매진했던

모든 벗들에게 바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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