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전교조 올바른 미래에 관한 제언

철우박 2006. 9. 27. 12:27

  * 새카테고리 '넋두리'와 'I HATE KOREA'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하고싶은 말도 좀 있고 해서지요. 우선 옛 글들을 좀 모아보겠습니다. 이 글은 3년전 연가투쟁을 반대하면서 전교조 본부와 모든 지부에 올렸던 글입니다.

 

 

 전라남도 보성율어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평 조합원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임을 미리 밝힙니다. 89년 해직되었다가 복직하였으며, 나이는 49살입니다. 복직 후 이런 저런 핑계로 지회에서 변변한 일 한번 맡아 하지 못해, 항상 동지들에게 미안스러움을 안고 지내는 그런 사람입니다. 또한 저는 전교조 원년에 ‘명동성당 단식 투쟁’에도 반대의 의견을 펼쳤었던, 어찌 보면 소극적이거나 유연한 투쟁의식을 지녔던 교사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전교조를 우리 교육의 유일한 희망과 대안으로 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국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는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작성하던 중 노무현대통령의 강경대책론이 불거져 나왔습니다만 제 의견은 이런 시점과 관련이 없으며,  전교조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지도부와 동료 조합원들에게 저의 생각을 말하고 싶습니다.


  ‘연가투쟁’은 정당하고 이유 있는 투쟁 방식일까요? 저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집중 공세에도 문제가 있지만, 실제로 우리 전교조가 필요 이상의 과격한 투쟁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89년 해직사태이후 서슬 퍼런 군사정권하에서 우리는 최루탄과 곤봉을 맞고 피흘리며 싸웠습니다. 그리고 과격하고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전교조 합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전교조의 헌신적 투쟁은 ‘과격’이라는 말로 오도되어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전교조는 합법화 전후를 통해서 교육의 민주화, 평등화, 그리고 현장 개선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과의 범위는 우리 자신들도 가늠하지 못할 수준으로 파급되어 있기도 합니다. ‘교장선출보직제’ 추진이 다시 거론되자 위기 의식을 느끼고 거리로 뛰쳐나가려는 교장단의 단체행동을 보고있노라면 오히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문제는 민간 정부인 현 시대에 전교조를 바라보는 보통 시민들의 생각입니다.

   

 ‘연가투쟁’은 이제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투쟁방식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연가투쟁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전교조가 합법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학습권을 침해하는 파업 등의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그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가투쟁’은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켜 공론화 시키는 점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오히려 많은 학부모들의 걱정과 음해성 언론 공격을 부추기는 구실을 만들어줌으로써 전교조의 이미지 가꾸기에서는 큰 실패를 하였다고 봅니다.


  특히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진보적 젊은이들에게조차도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오마이뉴스’등과 같은 진보적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화물운전자들의 파업 때도 없었던 질타와 욕설들이 난무합니다. 저는 지금 정의와 상식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계속 이런 강경책으로 밀고 나가서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수년전 우리는 연가투쟁으로 인해 구호만 있고 참여가 없었던 상처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직이 상처를 입는 것은 하루아침이지만 그것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야합니다.


  전교조는 앞으로 ‘노동 3권’을 모두 얻어내는 것이 향후 목표입니다. 그때는 사안별로 적절한 단체행동을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수업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자제력을 가져야하며 파업 등의 행위는 극단의 상황에서만 생각해보아야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국민들은 교권과 노동권은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들의 정서와 생각을 ‘소시민적 사고’ 정도로 생각하면서 언제든 ‘교화’시킬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다면, 우리 전교조가 앞으로 국민과 함께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전교조 안에도 강온의 양면이 있습니다. 제가 지회장을 맡아 활동할 때 대의원대회나 지부운영위원회를 참석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회의 구조에서는 항상 ‘강경론’이 이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활동가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투쟁력이 강한 선생님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조합원 배가 운동을 통해 다양한 성향의 조합원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교육의 함성’ 노랫가사도 모르며, 주먹 쥐고 구호 외치는 것이 쑥스럽기만 한 이분들은 과연 앞으로도 계속 선도의 대상이며 지도부의 투쟁을 바라보며 박수만 쳐야하는 조합원들일까요? 건의하겠습니다. 몰아가기식의 조합원 찬반투표에 앞서, 연가투쟁에 관한 찬성과 반대의 두 가지 주장을 공개한 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지한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설문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든지 간에 이 일은 전교조의 향후 진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와 같은 저의 의견이 투쟁의 대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열려있는 전교조라는 믿음으로 이 글을 본조와 여러 지부에 띄웁니다. 대통령께서도 말 실수를 많이 하시더군요. 화물연대파업에서 백기를 들었는데, 며칠만에 전교조에게 또다시 백기를 들기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모양입니다. 믿을만한 분이 대통령이 되어도 어느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고 NEIS를 끝까지 강행하겠다고 하면 어떡할 것입니까?  연가투쟁, 단식투쟁, 인증거부, 그리고 학사대란까지 갈 생각이십니까?

 NEIS를 정말로 실행하면 정부의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교조는 싸울 만큼 싸웠으니까요. 국민에게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원영만 위원장님을 비롯한 지도부의 투쟁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200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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