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건망증과의 결투

철우박 2008. 6. 5. 11:07

 

오늘 아침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제 밤은

목포의 절친한 선배의 집에서 잤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빌리러 갔다가

술안주가 좋아서 주저앉은 것입니다.

목포에서 광주까지 갔다가 다시 나주로 출근하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자고 나주로 곧바로 출근하라는 선배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아침 일찍 목포에서 출발하면서

차량용 네비게이션을 켜고

자주가는 곳 메뉴에서 '집'을 클릭하였습니다.

목포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나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차는 금새 서해안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가는 중에 나주로 씌여진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네비게이션 속의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똑바로 고!"

그래서 '고' 했습니다.

한참 후, 또 나주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역시 아가씨는 "고!"

그래서 또 '고' 했습니다.

제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도로를 타고 끝까지 간다한들 무안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을...

 

"붕붕,,,씽씽"

시속 120km ... 130km...

이상하다.... 왜 이렇게 길지?

무안이 나올 때가 넘었는데... 근데 이정표에 왠 '광주'가 씌여져 있지?

....

....

 

아뿔사!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광주시 광산구' ????

"아가씨. 여그 정말 광주 맞으요?"

"네^^  5월28일 부터 개통됐습니다. 통행료 3100원입니다."

"흐미,,,나주를 갈라다 여그까징 와부렀소...나주 갈라면 어째야쓴다요?"

"유턴 보다는 차라리 바로 평동산단으로 빠져서 국도로 되돌아 가시는게 빨라요.^^"

#@$&*

 

목포에서 광주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때까지 저는 네비게이션에 광주 우리집을 경로로 선택한 사실을 망각했던 것입니다.

목포에서 잠을 잔 이유는 고스란히 사라지고 아까운 기름만 태웠습니다.

 

오늘은 건망증에게 패하고 말았지만

제가 평소에 건망증과 결투하는 몇가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 직전에 체크하는 메모입니다.

약 - 정기적으로 먹는 영양제을 먹었는지 체크합니다.

물 - 상황버섯물을 말합니다. 등산용 물병에 넣으면 좋습니다.

분리수거 - 분리수거용 바구니가 넘치기 전에 버려야죠.

100원 - 제 오른쪽 호주머니에는 항상 100원짜리가 한 개 있습니다.

          마트에 갔을 때 100원짜리가 없으면  카트때문에 짜증나지요.^^

 

 

제 컴퓨터 밑에 널린 메모들입니다.

 

 

행사나 약속은 탁상달력에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여행이나 등산을 갈 때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제 블로그 등산 여행 카테고리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비장의 무기입니다.

'포스트잇'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되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손바닥에 적어도 지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빡(이마)에 적으면 오히려 본인은 보지 못합니다.

휴대폰이야말로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사물입니다.

작은 포스트잇은 접착력이 약해 좋지 않습니다.

큰 포스트잇의 접착제가 붙은 부분만 오려내어 사용합니다.

죽어도 잊어버리면 안되는 경우에는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서 호주머니 안에서 떨어지는 경우까지 차단합니다.

 

"건망증, 너 일루와,,,,퍽!"

요즘은 주로 제가 이깁니다.^^

 

"따르릉"

글을 마칠려는 순간 바깥사람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포에서 출근 잘 했수?"

"잘 못했네,,,광주까지 갔다 왔네.시방 열받아서 블로그에 글쓰고 있네"

"저런 멍충이,,, 당신 결혼 초 얘기도 좀 하지 그래"

 "그게 뭔데?"

"내참, 당신 집 전화번호도 수첩에 적어놓고 다녔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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