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KOREA

눈 안치우는 한국인

철우박 2010. 1. 8. 09:59

어느 조간신문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내 집 앞 눈 안치우면 벌금 물리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 손 드세요.

반대하는 사람 손드세요.

찬성 25%, 반대 67%.

@#$@%$??$?

한 동안 정신이 어리둥절했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라는 말에

머리 속이 어리벙벙했는데 그 어지러움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방 먹었습니다.  

더욱 속이 매스꺼운 이유는 이런 황당한(저에게는) 뉴스를 접하는 시간이

매일 아침 잠이 덜 깬 화장실 안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사나흘 전 지인들과의 잡담 속에서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곳 광주에서 조차도 30%의 지지율이 나온 것은 우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4대강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여기 저기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 또한 얼마 전 부부동반 모임에 나갔는데, 제 아내가 저에게 당부하더군요.

참석한 사람들 중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분이 있으니 4대강 얘기는 오늘 삼가하라고...

이해가 팍 오더군요. 하긴 이 참담한 시기에 겨우겨우 일거리가 생겼으니...

 

연습 문제를 풀었으니 본 문제에 도전해야겠지요.

그럼 내 집 앞 눈에 관한 건 뭘까?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 국민은 절대 게으른 민족이 아닙니다.

왕년의 새마을 운동 말고도 20세기 경제 발전에 있어서 우리나라 국민의 끈기와 집요함은 세계가 널리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럼 내 집 앞 눈을 국가가 치워줘야한다는 말일까요?

말이 조금 되네요. 왜냐먄 많은 세금을 냈으니까 공무원들이 그 정도는 해줘야 된다는거죠.

하지만 그동안의 구조조정으로 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역시 말이 안되네요.

더군다나 대한민국 모든 골목길을 한번 연상해보십시오. 공무원이 아니라 경찰과 국군을 총 동원해도

그 많은 골목길 눈을 다 치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럼 일단 답은 나왔습니다.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겠습니다.

제가 어렸을적만해도 눈이 오면 아침 일찍 부모님 호통소리를 뒤로하고 집 앞 도로를 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내 집 앞 눈 쓸기를 거부하는 것일까요?

과태료 100만원이 너무 비싸서 일까요?

영국 300만원, 미국 미시간주 60만원, 중국 28만원(소방방재청 자료)

비싼 느낌도 없지는 않군요. 제 생각엔 과태료 5만원만 물려도 싹 치울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력으로 보면 5만원이 어디 돈입니까? 

정부가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을 하면서 입에 달린 돈이 날이면 날마다 십조, 백조 하다보니까

100만원 정도는 흑사리 껍데기 안의 점 하나보다도 하찮게 느꼈겠지요.

하여튼 제 나름대로 일단 답은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속에서 난데없이 "100만원"하니까 국민들의 기분이 좀 상했을법 합니다. 

 

 

 

이제 사진 한 장 보면서 생각하겠습니다. 제가 러시아를 여행갔을 때의 풍경입니다.

시내 어느 곳을 가도 한결같은 풍경입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눈 치우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호텔에서 늦잠을 자고 있을 때, 이미 눈은 다 치워졌나 봅니다. 혹은 이곳도 벌금?

 

이제 벌금을 떠나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오늘 날 한국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내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습니다.

눈을 쉽게 치울 수 있는 적절한 시간을 놓치면 눈은 계속 길 위에 얼어붙습니다.

그렇게해서 응달진 곳이라면 한 겨울 내내 집 앞 눈이 깜밥처럼 층층히 얼어붙습니다.

골목길 주차도 겨울 내내 아슬아슬합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스스로 녹아주기를 아주 덤덤히 기다릴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공동체 정신을 상실하였습니다.

이장이 말을 하건, 동장이 말을 하건, 이웃 사람이 말을 하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돈과 관련된 일에는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칩니다.

'내 집 앞 눈을 먼저 치우는 사람에겐 사업권이나 장사권을 먼저 주겠다.' 라고 발표하면

눈에 관한 한  과태료 단돈 1원도 필요없을 것입니다.

 

내 집 앞 눈을 치우는 일은 일단 내가 먹고 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눈을 치우지 않는 것입니다.

 

경제천국 대한민국, 경제인간의 요람 대한민국.

경제의 화려함 뒤로 따뜻한 인정과 서로 돕는 미덕 그리고 염치는 점점 사라져갑니다.

그래서 I HATE KORE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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