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오늘은 제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후, 최초로
동물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몇 주 전 뒷 집 진도개가 우리집 꼬맹이를 물었을 때
제가 발차기로 녀석을 제압한 적이 있었지요.
근데 그건 쌈이 아니고 한 방에 녀석이 도망치는 단순 폭력이었습니다.
아랫집 닭장입니다.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일이 생겨 늦을테니 야외 닭장의 닭을 집으로 넣어달라고...
가봤더니
수탉 한마리가 암탉 여닐곱마리를 거느리고 있더군요.
"어이!!! 수탉!"
"네 주인아자씨가 네 마누라들 데꼬 집으로 들어가란다."
"당신이 누군데 이래라 저래라야? 난 좀더 밖에 있고 싶거든,,,"
"그래? 나 윗집 아자씬데, 너 싸가지가 없구나. 어서 들어가!"
"싸가지???...싸가지가 몬데..."
하긴 닭이 싸가지란 말을 알리가 없지요.
하여튼 녀석이 말을 못알아 먹으니 어떡합니까?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야외 닭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닭들을 몰아부쳤습니다.
헐~~~ 수탉 근데 이자식이
잠깐 몸을 풀더니
깃털을 꼿꼿이 세우고 제게 덤비는 것 아닙니까?
이젠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우리집 강아지(꼬맹이)를 안은 채로 그만 코너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옆으로 슬쩍 돌아서 빠져나가려는데
아뿔싸!
녀석이 앞을 가로막는군요.
아이쿠! 장닭이 사람에게 덤빈다더니 그 괴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꼬맹이는 뭣도 모른채 짖어대면서 제 손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꼬맹아, 너 그러다 닭에게 돼진다. 카만있거라잉."
하는 수 없이 쓰리빠 신은 발로 닭을 슬쩍 차봤습니다.
인간의 체면이 있지 않습니까?
아이구야!
녀석이 완전히 뛰어 날아서 제게 일격을 가하는 것이 아닙니까?
" 야! 넘마, 죽을래?"
이번에는 좀 더 세게 차려는 순간,,, 큭! 녀석이 오히려 먼저 달려들면서 세찬 발차기를...
그렇게 치고 박기를 서너 차례
이 때야 알았습니다.
장닭이 부리로 공격하지 않고 양발차기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세게 차면 녀석이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떡한담... 주인에게 미안할수도...
이번엔 정말 쎄게 녀석의 가슴팍을 축구공 차듯이 인정사정없이 차버렸습니다.
과연 녀석은 축구공처럼 뒤로 벌렁 날아가 일미터쯤 나가 떨어졌습니다.
근데, 이거뭐야?
끄떡 없다는 듯이 또다시 공격할 폼을 잡는 것 아닙니까?
그래 그래, 내가 졌다. 니 맷집 끝내준다.
검도 4단이 자네한테 졌네.
제발 나가게나 해주소...하소연도 필요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수단을 쓰는 수밖에.
마지막 수단은 연속 발차기입니다.
녀석이 채이고나서 폼을 잡기 전에 또 차고, 치고, 박고, 때리고,,,
그야말로 쌈질을 하는수밖에...
역시 인간은 닭보다 강했습니다.
축구공을 서너번을 계속 차데니
녀석이 드디어 제 집으로 도망치더군요.
휴~~~
오늘은 치킨에게 잡혀먹힐뻔 봤네...
바로 요녀석입니다.
저와 겨룬 기념으로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해병'
녀석의 발차기는 국가대표급이었습니다.
내복과 바지를 입었는데도 발톱이 뚫고 들어왔습니다.
쉿!
누가 들을라...
(사진은 나중에 다시 들어가 찍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