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KOREA

이서분교를 아시나요?

철우박 2006. 11. 28. 11:14

 

 

 희원이, 홍국이, 병국이, 경애, 하란이, 희애, 현호,

상용이, 성재, 영준이, 형규, 명원이, 준영이, 영례, 지호

숫자를 세어 보니, 15명이군요. 바로 우리 학교 전교생의 이름입니다.

 

우리학교의  이름은 좀 길지요. '화순동면중학교 이서분교장'이랍니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화순이서중학교'라는 당당한 이름을 가졌었지요.

 

 친구들이 한 두명 씩 부모님 손에 이끌려

광주나 화순읍으로 전학을 가다 보니 우리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학교와 우리들을 지켜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십니다.

이 분들은 나이가 무려 400세 이십니다.

우리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두 분이 다정하게

비가올 때나 눈이올 때도 거센 바람이 불 때도

언제나 두 손을 꼭 잡고서

우리들을 지켜 주고 있답니다.

 

(사진을 클릭 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아름다운 뒷뜰입니다.

 

 

 

 

우리들은 미술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큰 그늘 밑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할아버지의 몸뚱이...할머니의 주름살...할아버지의 낡은 수염...할머니의 다 닳은 손톱...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집 채 보다도 더 큰 느티나무의 그림자를 그립니다.

 

느티나무의 큰 그림자는 학교 건물의 크기와 똑 같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우리학교는 느티나무의 그늘에 뭍혀 영원히 사라지고 말겠지요... 

우리가 다시 어른이 되어

이곳에 돌아 왔을 땐,

우리학교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요?

내가 쓰던 교실과...내가 쓰던 책상은 아마도 없겠지요.

그래도 느티나무야.

제발,

제발,

우리 학교를 지켜주렴...

 

 

 

1학년 1반 교실입니다.

 

 

  

1학년 1반, 희원이는 매일 매일 혼자서 공부를 합니다.

교실 한 칸이 내게는 너무 크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반쪽으로 쪼개주었습니다.

나를 위한 책상도 한개...

나를 위한 텔리비젼도 한대...

나를 위한 컴퓨터도 한대...

나를 위한 칠판도 한개...

나를 위한 석유난로도 한대입니다.

 

그치만...

나를 위한 친구 한 명도

이곳엔 없답니다.

 

고은이는 나와 함께 1학년에 입학했었습니다.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지요.

그렇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읍내로 전학을 가고 말았답니다.

저 희원이는 내년에도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한답니다...

 

 

 희원이가 완성한 판화입니다.

 

 

 

  

갑자기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3년마다 함께 여행을 떠나지요.

원래는 내년이 순서 이지만

군청에서 전액 도움을 주었답니다.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바다 멀리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미술선생님은 함께 가지도 않으면서 우리들을 놀렸습니다.

"야구 선수 오승환도 비행기 안에서 기절했다는데...너희들이..심히...걱정되는구나...

이륙 5분간이 너희들 운명일 것이로다." 히히히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할 때 우리는 너무나 신이 났습니다.^^

 

단체 사진을 세어보니 14명? 한명이 빠졌군요. 누굴까?

아! 희애가 빠졌군요.

장래 희망이 패션모델이랍니다.

바로 아래쪽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희애입니다.

 

 

 

  

우리학교는 급식을 하지 않는답니다.

 

엄마 아빠가 원하시면 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 급식비가 무지 비싸다네요.

 

점심시간이 되면 여학생들은 행정실에 함께 모여 점심을 먹습니다.

네명이 함께 먹기에는 행정실 탁자가  제격이지요.^^

찬밥이긴 하지만 따뜻한 물이 있으니 우린 서럽지 않아요.

 

 

 

 "저는 학교입니다."

 

학교인 저도 인간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아마도 내년이면 39살의 나이로 운명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이곳 이서에서 태어난 것 뿐이지요.

 

높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라살림을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다고요.

저도 아쉽긴 하지만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내 팔자가 이렇게 된 이유는 알아야겠습니다.

 

도시 학교만 선호하는 학부모의 잘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의 잘못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서울로 가라!  서울로 가라!"

"도시로 가라!  도시로 가라! "

이 놈의 세상이 그 이유입니다.

 

I HATE KOREA !

 

 

 

 

'I HATE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으로 배우는 운전  (0) 2006.12.14
교장선생님의 차  (0) 2006.12.08
광주 예술의 거리 유감  (0) 2006.11.03
추석 중간고사 유감  (0) 2006.10.08
철면피 주차  (0) 200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