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좀 울적하여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전화를 받질 않는군요.
이럴 때 혼자서 '생고기에 소주 한잔'이면 그만입니다.
소주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위가 좋지 않아, 부드러운 술로 하겠습니다.
생고기는 남도 음식입니다.
언젠가 서울에서 귀한 젊은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큰 맘 먹고 광주에서 유명한 생고기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 때 그 친구들은 생고기를 처음으로 먹어본다고 대답했습니다.
혹시나 했던 염려를 멀리하고 제법 맛나게들 드셨습니다.
그래도 좀 서운했던 것은 아주 맛있다는 표현이 없었습니다.
.......
그로부터 1년여 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서울로 돌아가더니
온 서울 천지를 뒤집고 다니며 생고기 집을 찾더랍니다.
ㅎㅎㅎ
"오메, 요것이 머다냐? 겁나게 맛있어부요."
라고 말했으면 안됩니까?^^
보통, 서울에서는 얼리지 않은 고기를 생고기라고 부릅니다.
진짜 생고기는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여튼 그 양반들, 서울에서 오랜 방랑 끝에 생고기 파는 식당을 찾기는 찾았다고 하더군요.
근데 너무 비싸고 양도 적어서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생고기가 먹고 싶으면 아파트 앞 식육점에서
딱 만원어치를 삽니다.
그리고 식구들이 오기 전에 혼자 허겁 지겁 먹습니다.
바같사람은 그래도 괜찮지만, 파리 때(승조,형석)에게 걸리면 끝장입니다.
우리집에선 생고기 이외의 쇠고기는 거의 먹지 않습니다.
호주산 뿐만 아니라 한우도 돈 주고는 사먹지 않습니다.
지방 때문입니다. 쇠고기 지방은 일명 '굳기름'이라고 부릅니다.
쇠고기 끓인 물을 식히면 희고 딱딱한 기름이 생기는데
혈관에 가장 많이 축적되는 기름입니다.
그래서 떠도는 말이 있습니다.
쇠고기는 누가 줘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을 때만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으라는...
그래도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낫다는 겁니다.
쇠고기 생고기는 아롱사태와 같이 주로 지방이 적은 부위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안심하고 먹는 편입니다.
생고기를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기생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쇠고기에는 간혹 '민촌충'이 감염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생으로 드시면 '갈고리촌충'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갈고리촌충은 무서운 놈 입니다. 운이 없으면 뇌로 파고 들어서
고기 한 점 먹고 죽는 수도 있다고 합니다.
돼지고기 생고기는 절대 드시면 안됩니다.
그럼 쇠고기는?
.....
대~충, 잡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끔 씩 먹는 저와 바깥사람 그리고 파리들은 지금까지 기생충 검사에서
민촌충이 검색된 바가 없었습니다.
^^
생고기 양념은 고추장에 다진 마늘과 설탕, 참기름을 넣어 만드시면
전문 식당에서 처럼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은 귀찮아서 기름 소금에 먹습니다.
주의 : 생고기는 믿음 있는 식육점에서 반드시 생고기용임을 확인하고 사 드셔야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생고기가 유통되지 않은 시,군이 많습니다.
그곳에 사는 분들은 아쉽지만 잡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