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또

하라다 미노루

철우박 2008. 4. 29. 11:46

 

'하라다 미노루'

36세(1972년생)

국적 : 일본

직업 : 나주고등학교 일본어 원어민 교사

 

 

그는

오늘도

아침 일찍

동틀 무렵 일어나

맨 먼저 학교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호미와 양동이를 들고 운동장의 잡초를 뽑습니다.

때로는 양동이를 들고 교내 구석구석을 다니며 학생들이 버린 오색 쓰레기들을 주워담습니다.

저는 하라다선생님이 잡초를 뽑는 것은 몇번 보았지만

쓰레기를 줍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훈화를 하실 때 처음 알게된 것입니다.

제가 하라다선생님이 쓰레기 줍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평소 저의 출근시간보다 2시간은 먼저 나와야할 것 입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노여움에 가까운 충고를 하였습니다.

굳이 그가 외국인이라는 말을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조회에 참석했던 학생과 선생님들께서는

'한국 학생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일본인' 이라는 어색함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라다는

왜 쓰레기를 주울까요?

 

생각에 따라서 그의 행동은 두가지로 보여질 것입니다.

하나는 진심이고 또 하나는 허영심입니다.

 

제가 하라다에게 물었더니 그가 한국어로 수줍은 듯 말했습니다.

"제가 미안해서요... 다른 선생님들은 매일 보충수업에다 야간자율학습에다 너무들 고생하시는데

거기에 비하면 제가 너무 편한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이 일을 하게되었어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을 티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저에게도 몇가지 생각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전여옥씨가 썼던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쩌다 그 책을 읽었던 댓가로 저의 뇌 한쪽에는 아직도 그 어떤 찌꺼끼가 남아 있습니다.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 '그들의 호의에는 반드시 적대감 혹은 계산이 깔려있다.' 

전여옥은 처참할 정도로 일본인의 마음속을 끝까지 후볐습니다.

 무섭고 오기 서린 민족주의입니다.

 

하라다와의 대화도 다시 생각이 납니다. 그와 금강산 여행을 함께 했을 때, 제가 조심스럽게

일본의 독도 정책과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비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고이즈미가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강력한 지도력으로 일본 경제를 살린 그를 지지한다고

담담하게 말했었습니다.

 

하라다와 저는 이제 꽤 친근감이 있는 사이지만 그가 술을 전혀 못마시는 관계로

더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하라다의 진심을 믿고 싶습니다.

하라다의 진심 여부와 저의 진심 여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요즘 우리들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겹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라다가 잡초를 뽑으면서

비록 너무나 눈에 잘 띄는 장소이긴 하지만

민족적 우월감을 느끼거나

보는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의 진심은 그럴 필요 조차도 없을테니까요.

 

하라다는

한국인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는 얼마 전 한국인 넷째 딸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라다의 아내는 한국인입니다.

한국인 아내를 맞이하면서 그와 가족들은

이미 우리가 염려하는 많은 것을

불필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교사들에 비해

박봉을 받으면서도

막대한 한국의 교육비에 대해서도

아랑곳 않고

다섯째를 낳고 싶다고

빙그레 웃는

 

하라다를 저는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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