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졸업 선물

철우박 2009. 2. 12. 12:29

오늘은

우리 나주고등학교 졸업식 날입니다.

3학년 이쁜이들 모두 축하합니다.

성년이 된 것도 함께요.^^

지옥에서 탈출

한것도

함께

요.

^^

 

 

졸업생 '하나'가 미술실에 들려 제게 준 선물입니다.

맛있는 쵸콜렛...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제 삶 속에서 졸업식의 주인공이 되거나 구경한 것은

아마도...

2009-1980-4+5+4+3=37

 

지금껏 서른일곱번의 졸업식을 보아왔습니다.

1980년은 교사로서의 첫번 째 졸업식

그 중에 해직교사 기간 -4

저의 초,중,고,대,원 +5

큰아들 승조 +4

둘째 형석 +3

...

 

계산이 힘들군요...^^ 

 

 

'하나'는 

눈이 크고 둥근 얼굴형에 다정한 친구였습니다.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상(아마도) 경기대 조리학과에 합격했습니다.

 

녀석이 직접 만든 쵸콜릿입니다.

맛을 보니

처음에는 생선 비린네 같은 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은

청아하고 고소한 쵸콜릿 맛이

저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줍니다.

 

실은

 

저는

 

수년 전부터

졸업식 가슴앓이를 앓고 있었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녀석들은 너무나도 쉽게

학교와 선생님들을 잊더군요.

 

젊은 옛날에는 못된 폭력교사(?)였지만

그래도 녀석들은 저를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지금은 옛날보다 수업도 잘하고 아이들 인격도 훨씬 존중합니다.

그래도 녀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혹은 존경하는 흉내를 내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졸업식 날이 되면

정을 듬뿍 주었다 떠나는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대해주었습니다.

남은 잔 정을 다 주지 못하고요.

 

왜냐면

제가 상처받기 싫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기대했다가 상처받은적이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어떨땐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애써 제 자신을 위로합니다.

 

세상이 그런거지 뭐...

결국은 내탓이고 어른들 잘못이 아니던가?...

 

....

 

...

 

..

 

.

 

 그래도

가끔씩 이런 녀석들이 있기에

 

아직은 선생 박철우

 

외롭지 아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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