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도둑

철우박 2009. 2. 22. 19:04

촌놈이

서울에 갔다가 혼줄이 났습니다.

어제는 전국민미협 총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 였기에 아침 일찍 린스도 하고

최근에 백화점에서 구입한 새 점퍼를 예쁘게 차려입고 버스를 탔습니다.

근데 이럴수가?

그 날은 참으로 신기한 만남이 연속해서 일어났습니다.

첫번째는, 사정이 있어 따로 따로 가기로 한 조정태 사무국장을 터미날 매표소 앞에서 만난 것입니다.

서로 어이가 없어 한바탕 웃고, 덕분에 출장비로 차표를 샀습니다.

두번째는, 이인 휴게소에서 광주민미협 회원이신 김영만 작가를 만난 것입니다.

출발 시간이 10분 차이가 나는 뒷차를 타고 오신것입니다.

한번의 우연한 만남도 어려운데, 이럴수가? 셋은 감탄을 하였습니다.

세번째는, 차에 오르기 직전, 이번에는 여수 민미협 대표들을 만난 것입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날은 평생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만남의 기쁨을 맛본 날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회의에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검도 호구를 구입하기 위해 잠시 강남을 다녀오느라 늦은 것입니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겨우 인사동 총회장에 도착했는데

아 글쎄 제가 도착하자마자 광주지회 사업발표 순서가 된 것입니다.

회원들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오늘은 왠 일들이 이렇게 잘 풀릴까 하고

내심 즐거워했습니다.

 

총회가 끝났으니 이제 뒤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의 민미협 대표들이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한잔 두잔 나누고 이차 삼차를 하다보니 새벽녘에 종로3가의 골목길에 이르렀습니다.

심야 버스를 타고 내려오고자 했으나 모두가 만류해서 작은 여관을 잡고 들었습니다.

많은 식구들이다 보니 여관 한 채를 다 차지하고도 두 여관에 흩어져 잠을 청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잤습니다. "드르렁! 드르렁!"

....

....

 

"누구냣!!!!! 우당탕탕탕탕!!!!!"

섬칫,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방문은 열려져 있고 방 안에는 저 혼자만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소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왠 사람이 맨발에 팬티만 입은 채 양손에 점퍼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박회장님, 이 점퍼 회장님것 맞습니까?" 그 양반은 제주 민미협회장 정용성씨였습니다.

잠결에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떳는데, 왠 시커먼 사람이 점퍼를 들고 나가더라는 것입니다.

순간 소리를 치면서 팬티바람으로 도둑의 뒤를 쫓은 것입니다. 3층에서 1층까지 팬티바람의

추격은 계속됐고 다급해진 도둑은 그만 점퍼 2개를 출입문 앞에 버리고 달아난 것입니다.

 

"오메 오메 전회장님 참말로 고맙소."

세상 모르고 잠만 잤던 저는 팬티바람의 그양반이 하나도 우습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반생명의 은인으로밖에,,, 또는 정의의 사도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일에 저처럼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신 다른 파트너와 함께 잤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카메라 가방까지도 잃어버렸을 것입니다.

 

잃어버렸다면...

제 지갑에는 신용카드 2장, 농협직불카드및 보안카드, 운전면허증, 스포츠센타회원카드

그리고 현금 10여만원과 자동차열쇠, 각종 열쇠,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카드신고하고 재발급해야지,,,운전면허증 재발급해야지,,,열쇠 모두 다시 만들어야지,,,

카메라와 점퍼 할부금은 계속 부어야지....

술 한잔 하고 문 안잠그고 잤을 뿐인데....

 

교훈을 얻었습니다.

술 쳐먹고 여관에서 잘 때는 반드시 문을 잠그고 소지품을 꼭 껴안고 자야한다....한 순간에 거지된다.

서울을 우습게 보지마라...

 

 바로 이 여관입니다.

 

 

 도둑이 도망간 곳으로 추정되는 여관 맞은편 골목길. 

 서울뿐만 아니라 요즘은 취객의 뒤를 미행하는 도둑들이 있다고 합니다.

 술 드시고 조심들 하십시오. ^^

 

 어제와 오늘 저는 소중한 만남을 겪었습니다.

 조정태사무국장.

 김영만 선배님.

 여수 민미협 대표님.

 그리고 나의 은인 정용성 제주민미협 대표님.

 좋은 만남들 덕으로 기분좋~게 광주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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