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디딤돌

철우박 2014. 5. 26. 11:59

와우!

내 블로그, 참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고흥으로 유배를 와서 넋을 빼고 살았습니다.

말년에 고흥고등학교로 발령이 나서, 매일 소록도며 나로도며 거금도며

구경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리집 작은놈이 두어달 전에 캐나다로 용돈벌러갔는데 왜 요즘 블로그가 조용하냐고 묻길래

역실(억지로의 나만의 사투리^^)로 한 글 적어보렵니다.

 

 

 

며칠 전부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잔디밭 한쪽을 헐어서 약초밭으로 지목 변경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가 선천성 약골증이라 좋은 약초를 많이 먹어야 한답니다.

감초도 심고, 황귀와 당귀도 심고, 마도 심고, 방풍과 익모초도 심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한약재료가 중국산이 많고 농약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한의사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우연히 아내의 진맥을 봐준 분이 그러더군요.

양의사들의 한의학에 대한 공격은 지독스럽게 악의적이라고,,,저도 공감합니다.

농약은 우리가 먹는 배추에도 무에도 오이에도 엄청 치지요.

한약재라고 농약을 두배 세배 친다는 것은 억지 논리일겁니다.

하여튼 제 나름 청정 약초를 먹기 위해 중노동을 자처한 것입니다.

 

 

 

 

그깟 밭 두어평 가는데 무슨 중노동 이냐고요?

말도 마세요. 이게 불과 1평방미터에서 나온 돌입니다.

우리집 땅 속은 흙과 돌과 바우가 반반반이랍니다.

그래서 밭을 일구려면 반드시 굴삭기가 필요하지만

인간굴삭기인 제가 대신 한답니다.

일당은 막걸리 세병. ^^

 

 

 

 

보통 이정도 녀석들이 흙속에 묻혀서 날 비웃고 있습니다.

'박선생, 한번 해보셔.ㅋㅋㅋ'

 

 

 

 

"오냐, 해볼란다."

이녀석을 처리하자마자 바로 그 옆에서 또 곡괭이가 쇳소리를 냅니다.

 

 

 

 

흠,, 보통 녀석이 아닌개비여.

이거이 바로 빙산의 일각이죠.

 

 

 

 

빠루를 넣어 밟아보지만 꿈쩍도 않습니다.

 

 

 

 

 

호미로 주변의 흙을 충분히 걷어준 후

 

 

 

 

으라차차!

드디어 놈의 일부 정체가 드러난 순간입니다.

 

 

 

 

처음엔 이런 돌을 혼자서 캘 수 있다고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필요와 의지는 생각을 낳는 법, 하다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빠루로 들어서 조금씩 조끔식 흙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바위는 조금씩 조금씩 위로 떠오르게 되지요.

전원생활 2년만에 배운겁니다.^^

 

 

 

 

한시간여,,, 인내의 작업 끝에 녀석이 세상 밖으로  떠올랐습니다.

 

 

 

 

 

바닥을 보니 뜻밖에 평평하군요.

옳지 이 녀석을 현관 앞 디딤돌로 써야겠다.

 

 

 

 

 

너 이리 나와!

 

 

 

 

겨우 잔디밭까지는 굴렸는데, 도무지 옮길수가 없네요.

 

 

 

 

생각 쪼까 한 후, 곡괭이로 틈을 낸 후 납작한 돌을 박은 후, 양손을 넣어 온 힘을 다해 굴려줍니다.

 

 

 

 

 

 갈길을 먼데, 황성길을 언제나 가나...

 

 

 

 

 

역시 꾸준한 노력 앞에 불가능은 없다. 세월아 가라면서 굴렸더니 거의 다 당도했습니다.

 

 

 

 

 

출입구에 디딤돌이 낮아서 불편했었는데

 

 

 

 

 

 

뭐뭐하다가 서*질한다고

밭일하다가 숙원사업을 해결하였습니다.

 

기분 조으네. 어서 막걸리 마셔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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