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피렌체 - 아카데미아 미술관 - 다비드상

철우박 2016. 12. 3. 18:14

이탈리아 기행

다섯째 날(11월 12일)은 두 편으로 나누어 기행문을 씁니다.

왜냐하면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조각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1년 전 심근경색으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갔고 의사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사망 선고를 내렸습니다.

근데 저승사자가 死者 기록부를 잘못 클릭하는 바람에 살아남고 말았습니다.

그 덕분에 죽기 전에 이곳 이탈리아에 와서 '다비드'상을 실견하게 되었습니다.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관람 프로그램은 대부분 여행사 스케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행사에 특별히 부탁하여 사전 예매를 하였습니다.

다비드상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면 저승에서도 한이 될뻔 했네요. ㅎ


이면 도로에 평법하게 보이는 이 건물이 아카데미아 미술관입니다.

두오모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10분 거리.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입니다.

워매!~~~~~~~(오 마이 갓!)

이 완벽한 석상은 더 이상 돌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분명 생명의 광체가 번뜩이는 젊고 용맹한 한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천정의 자연 채광은 인공의 빛이 아닌 자연의 빛으로 명작의 자태를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해야 될 인물은 청년 다비드...  승산 없는 싸움에서 돌팔매 하나만으로 거인 골리앗과 공화당 세력들을 무찌른 젊은 영웅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보다 아름다운 인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구도, 그리고 가장 보편적이며 이상적인 남자의 표정과 자세.

팔다리와 가슴, 그리고 복근은 각각의 탄력과 아름다움을 가지면서 따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완벽한 하나의 동체로 결합됩니다.


조금 더 가까운 정면입니다.

천정에서 발하는 자연 채광이야말로 흔하디 흔한 좌우 채광의 회화성을 넘어 조각으로서의 견고함을 다져줍니다.

제 보기엔 루브르박물관에서 보았던 밀로의 비너스상 보다 아름답습니다.

대다수의 동물이 그렇듯이, 수컷의 본질이라고나 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저는 인간도 남자의 육체가 여자의 육체보다 아름답다는 편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청년 미켈란젤로는 피에타의 예수와 다비드의 모습을 통해 이미 그 사실을 간파한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총 4m가 넘는 다비스상은 원래 두오모 성당의 맨 꼭대기에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이에 다비드는 평지에서 올려다 볼 경우 머리가 아예 보이지 않을거란 계산을 하여 실제 비례보다 머리를 크게 제작하였지만

결국 다비드상은 시뇨리아 광장에 설치되었다가 이 곳 아케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지고 시뇨리아광장에는 복제품을 두게 된 것입니다.

많은 관광객들은 시뇨리아 광장이나 미켈란젤로 언덕에 세워진 복제품을 보고 착각을 하기 일쑤입니다.

복제품과 진품은 과연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요?

하늘과 땅 차이 입니다. ^^


다비드상의 측면입니다. 왠지 몸의 두께가 얇아보이지 않나요?

당시 미켈란젤로에게 주어진 대리석은 크기만 컷지 두께는 가장 얇은 부분이 45cm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형식의 탈피를 시도합니다.

다비드상의 전형적인 자세는 죽은 골리앗의 몸통을 발로 밟고 서있는 것이 대다수였습니다만

많은 넓이를 필요로 하는 골리앗의 형상을 포기하고 대리석의 두께를 고려하여 돌팔매질을 한 후, 골리앗을 응시하는 모양세를 취한 것입니다.


뒷모습도 찬연하게 아름답습니다.

돌팔매질 도구인 긴 천이 등에 착 달라붙어 있는데 원석의 한정된 두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군요.






다비드의 노골적인 나체는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했습니다.

한 때, 런던의 빅토리아 엘버트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전시 할 때, 미술관 측은 왕족이 방문할 때를 대비해서

돌로 만든 무화과 잎을 따로 마련해서 작품 옆의 상자에 보관했다고 전해집니다.

사용 유무는 모릅니다.^^


제작 기법은,

세가지 종류의 끌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큰 덩어리를 떼어내는 뾰족한 수비아, 갈고리 모양의 그라디노라, 아주 가는 스칼펠로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였고

맨 마지막은 줄질로 마무리를 하였다 합니다.

머리와 손이 지나치게 큰 것 그리고 눈섭이 지나치게 튀어나온 것도 피렌체 두오모의 높이를 감안한 것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어긋나는 비례조차도 다비상의 신비로움에 모두 해소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다비드상 이야기의 끝으로 르네상스 작가들의 전기로 유명한 조르조 바사리의 말을 옮겨봅니다.

"이 형상이 고대와 근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그 어떤 조각상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비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다른 조각가의 작품을 볼 필요가 없다." ㅎㅎ 지나친 예찬이긴 하지만 결사 반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비드상 앞쪽으로 함께 전시되어 있는 조각상들입니다.

미완성인 이 조각상들을 보면 다비드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팔레스트리니의 피에타.


깨어나는 노예상


노예상


노예상


노예상


노예상


성격이 조숙하고 도도해서 어릴적 화실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에게 얻어맞아 코뼈가 내려앉은 미켈란젤로는

평생 외모에 컴플렉스를 지녔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외모와는 달리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의 조각상을 만든 멋진 사나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