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거죠.
장모님,장인어른 고맙습니다.
지금까지의 노고와 사위 사랑에...
올해는 장모님 건강이 안좋으십니다.
그래서 바깥사람과 저는 직접 김장을 담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그동안 어깨넘어로 익혀온 솜씨도 있고
서울 사시는 장모님께 전화를 걸어 각종 정보를 모두 입수하였습니다.
준비............끝.
김장....시............작!!!
어떻습니까? 맛있어 보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 장모님이 담근 김장보다 맛있는 것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장모님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손 맛은 빼고요^^
이번 김장은 우리집 바깥양반께서 주도하셨습니다.
제가 요즘 전시회 준비로 바쁘기도 하지만
김치나 무침 등, 조선 음식은 바깥사람 솜씨를 도저히 못따라갑니다.
(이거,,,, 점수 왕창이다.^^)
깨를 볶을 때는 성질을 죽이고 잔 불에 쌀쌀 볶아야합니다.
작년 김장 때 쓰고 남은 청각이 냉동실에 있더군요.
청각은 김치의 풍미를 돋구어주는 최고의 양념입니다.
젓갈도 살 필요가 없내요.
작년에 쓰고 남은 추자도 멸치젓과 잡젓이 솔차니 있군요.
두가지를 섞어서 폴폴 끓이겠습니다.
저는 주로 이런 일을 합니다. 조수 일이죠.
배추와 간은 돈을 주고 맡겼습니다. 바깥사람도 요즘 꽤 바쁘거든요.
20포기입니다.
김장의 성패는 배추의 맛과 젓갈의 맛이 좌지우지한답니다.(장모님 어록)
우리 장모님은 맛있는 배추를 고르는 귀신이십니다.
우리 같은 문외한들은 대충 가격을 보고 고르는데 장모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꼼꼼하게 몇십분을 허비해가며 마음에 드는 배추를 고르십니다.
"같은 다발이라도 키가 큰 놈은 맛이 없어...
특히나 아랫단이 너무 두꺼우면 물만 픽픽 나오고 간도 잘 안 배이지...."
발판을 깨끗이 씻어서 이용하겠습니다.
물을 잘 빼야 김치가 옹골지게 맛납니다.
간 해온 김치를 물에 한번 흔들어서 쌓았습니다.
넓은 판을 덮고, 대야에 물을 가득히 부었습니다.
이제 하룻밤을 새면 물기가 쪽 빠지겠지요.
노란 속 잎을 한 쪽 쭉 찢어서 맛을 보았습니다. 허, 그놈 다네...
근디 어째 간이 좀 약하네...시방 먹기는 좋지만 오래 묵힐 놈은 좀 짜야쓴디...
즉시 장모님께 문의 전화..."따르릉"
"괘안히여. 너무 짠 것 보다는 낫아.... 젓갈을 좀 더 쓰먼 되제..."
남은 것은 소쿠리에 담아 눌렀습니다.
쏘를 만들어야죠. 미나리...
바깥사람이 친구와 함께 능주에 청국장을 먹으러 갔는데
마침 능주 장날이더랍니다.
그래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김장거리를 사왔답니다.
요거이 때글 때글하고 맛있는 조선 무시라나? 시골 할머니가 가꾼것이랍니다.
청각도 건져 내고...
실파도 다듬어 씻고...
조선갓잎입니다.
바쁘다. 바빠!!!
젓갈이 충분히 끓었군...
소쿠리로 한번 걸른 것을
얇은 무명천에 하룻밤 내내 바쳐놓으면 고운 젓국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내일 아침에 시장에서 생새우를 사다가 섞어 쓰겠습니다.
미나리도 썰고...
무 채도 썰고...
마늘 생강도 갈아야죠...
조수인 제가 갈았습니다.^^
작년 김장 때 장모님이 즐거워하셨습니다.
이 기구가 청각을 쉽게 갈아낸다고요.
청각은 거칠게 살짝만 가세요. 또는 칼로 잘게 썰어도 좋습니다.
갓잎도 잘게 썰고...
부자들이 김장을 담그면 별것을 다 넣습니다.
굴비도 넣고, 홍어도 넣고, 소고기도 넣고 합디다.
그래서 우리집도 부자덜 숭내낸다고 2년 전에는 굴비, 작년에는 홍어를 사다 넣었지요.
결과는 NO!!!
역시 짐치는 시원한 뒷맛이 있어야...
굴도 금방 묵을 놈 몇포기만 넣었습니다.
굴 짐치가 먹고자프면 굴을 사다 즉석에서 짐치와 섞어 묵으면 최고로 맛있어라.
무등산 짐치왕언니한테 배웠지라...^^
찹쌀을 하룻 밤 물에 담구어
내일 아침에 풀을 쑤어야죠.
김치를 무칠 때 무를 간해서 한조각씩 끼워 넣겟습니다.
무 맛이 일품이죠.
오늘이 토요일인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 왔더니 벌써 다 무쳐가는군요. 그래서 쏘를 만드는 사진은 없습니다.
근데 '쏘"가 우리말인가?
저런 고무장갑을 끼고...
장모님은 고무 장갑을 끼지 않습니다. 장모님은 마지막 걸스카우트가 되실것입니다.^^
보기에는 그럴듯하군...
무에도 양념을 발라 한개씩 끼워넣습니다.
김장 끝.
"여보, 겁나게 고생했소."
"냅두시요. 아, 김장도 당신이 다 했다고 블로그에 올리지 그러요."
"^^ 정말? 그래도 좋겠소?"
"퍽!!!"
"팍!!!"
"아이고!!! 사람살려...집사람 살려!!!"
"눈에 꼬치까리가 들어가 부렀네..."
맛이요?
물을 짤 때 사용했던 발판을 대~충 닦았더니
짐치에서 발냄새가 좀 나는군요@#$%
그래도 맛있습니다.^^
고생한 바깥사람을 위해 오늘 밤엔 돼지 보쌈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