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러시아 기행

몽골, 하라호름을 향한 머나먼 흙길 (6일째)

철우박 2007. 2. 9. 18:10

 

오늘은 '하라호름'을 찾아 출발하는 날입니다.

('카라코롬'은 영문식 표기-몽골인들은 '할~호름'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하라호름은 칭기스한이 세계를 지배할 당시의 수도입니다.

훗날 수도가 그의 손자 쿠빌라이한에 의해 북경으로 옮겨질 때 까지 148년간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던 도시입니다.

 

울란바트로에서 남서쪽으로 350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리상으로 보면 하라호름이야 말로 몽골의 맨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칭기스한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출발하는 아침 길에 칭기스한의 후예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인데 아침 운동을 하다가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이 기온에 반팔에 반바지라.......

아래 자동차 계기판의 온도계를 보십시오.

 

 

 

영하 19도입니다. 역시 칭기스한의 후예들이 틀림없습니다.^^

 

 

 

러시아도 그렇지만 몽골은 도시 주변에 화력발전소가 많습니다.

산이 낮고 하늘이 높아서인지 굴뚝의 연기도 엄청나 보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울란바토르의 맑은 공기를 되찾기를 다시 기원합니다.

 

 

 

 

도시를 벗어나기 직전에는 거리에 수퍼마켓이 있습니다.

한국 상품들로 가득합니다. 몽골인들 보다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필요한 용품은 이곳에서 모두 구비해야합니다.

이곳을 벗어나면 하라호름까지는 생수 한병 파는 상점도 구경하기 힘들게 됩니다.

 

 

 

하라호름까지는 대부분 곧바로 뻗은 직선도로입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와 비슷한 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소요시간은 빨라야 8시간입니다. 이유는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몽골에 와서 낙타는 처음 보았습니다,

두 차량이 서로 사인이 없었는데도 당연한듯 멈춰 섰습니다.

 

 

 

우리 일행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더 가까이 가니 사람 냄새가 싫다고 피하더군요.

 

 

 

녀석들의 배설물입니다. 알밤 같군요...

 

 

 

1시간 쯤을 달리니 도로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그나마 덕지 덕지 때워놓기라도 했는데, 한시간 쯤을 달리니 도로 곳곳에 움푹 패인 함정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선 아예 자동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몽골 사람들은 지체없이 옆의 초원으로 빠져나가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초원으로 비포장도로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그러다가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포장도로를 타게됩니다.

 

이런 경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 하라호름으로 가는 길은 점점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또한가지 몽골 청년 자이야와 오까는 마치 이런 길을 즐기듯 또는 탐험하듯 속도를 줄이지 않고 쌩쌩 달리는것이었습니다. 당시 허리가 불편했던 저와 우리 일행들의 꼬리뼈는 그만 큰 곤욕을 치르고 말았습니다.

 

 

 

 

때로는 아프리카에서나 볼수있음직한 구불구불한 초원을 몇십분씩 질주합니다.

 

 

 

젊은 두 친구는 핸드폰 통신이 번거로우니까 아예 무전기를 아용해서 차량간 통신을 합니다.

무전기 통신은 8시간동안 쉼 없이 이루어졌으며, 나중에 무슨 무슨 얘기를 했는지 푸렙에게 물었습니다.

 

"여기는 독수리. 뒷차 올빼미 나와라. 오버."

"여기는 올빼미 무슨일이냐? 오버"

"방금 큰 구덩이를 피해 좌회전 했다. 오버"

"짜샤, 뒤에서 다 보인다. 오버"

뭐 이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여기는 올빼미 그쪽 한국사람들 꼬리뼈는 안녕하시냐. 오버."  뭐 이런 통화도 있었겠지요...^^

 

 

 

서너시간을 달려서 어떤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휴게실은 없지만 몽골에서 보기 힘든 공중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조물주님!

어떤 의사의 말을 들으니

여성은 남성보다도 요도의 길이가 짧아서 소변을 오래 참지 못한다고 하더이다.

당신은 왜 여성들을 이모양으로 빚으셨습니까?

 

불쌍하고 가엾지 않으십니까?  정말 형편없군요. 당신,,,,이리 나와!!!...당~장!!!

"박선생님, 참으세요. 그러다 바꿔놓으면 어떡하실려고?"

"뭐? 바꿔버린다고???"

"........."

 

하여튼 이번 여행 중에 우리 여성들이 가장 고생하셨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네요.

 

 

 

자~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자연 휴게소에 들렸습니다. 물론 남성들은 천지가 다 화장실입니다.

조물주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몽골에 온지 4일만에 우리는 생존을 위하여 전기밥통과 냄비를 구입했습니다.

그것도 울란바트로 대형 수퍼를 이잡듯이 뒤져서 말입니다. 

희한하더군요. 한국제품이 분명한데 두껑은 팔지 않습니다.

"뚜껑 없씨요?"    "안살라면 마씨요."

 

 

 

야외용 가스렌지와 가스도 무지 어렵게 구입했습니다.

기온이 낮으니 화력이 금방 약해집니다. 다른 가스통을 품에 안고 있다가 교체하기를 여러번...

드디어 물이 끓기 시작합니다.

 

 

 

느그들 어디 내빼지 말고 그대로 쫌만 지달려라....

 

 

 

무슨놈의 휴게소가 김밥과 라면만 판답니까?

하여튼 여성 맴버들 어제밤에 식은밥으로 아무것도 넣지 않고  김밥 싸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꿀맛이네요^^.......어이, 김밥 남은 것 얼릉 차 안에 넣어두소...금방 얼어분께.

 

 

 

 

배도부르고 방광도 편하니 한판 놀아볼까나.

다이아몬드 스텝 경연대회가 벌어졌습니다. 막춤이야말로 세계 공통언어가 아닐까요?

 

 

 

 

자, 이쯤 해서 몽골 친구 세명을 소개하겠습니다. 경치도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맨 왼쪽의 머시매가 '볼트'입니다. 푸렙의 조카이고 '칭기서쎄 대학교' 국문과 2학년입니다.

고향은 푸렙과 같이 알타이입니다. 셋 중에 가장 성품이 부드럽고 공부를 잘한다고 하네요.

 

두번 째 키 큰 머시매가 '자이야'입니다. 세명 모두 같은 대학, 같은 과 친구들입니다.

제가 주로 탑승했던 도요타 승합차의 주인입니다. 대학생이 도요타를 타다니? 앞서 말했듯이 몽골의 현실입니다. 볼트와 자이야는 서로 양극화인것 같습니다.^^ 성격요? 이 친구 서글서글한 성격이 참 좋습니다. 목소리도 성우 뺨때리는 바리톤입니다.

 

마지막으로 '오까'입니다. 여행 내내 한국의 이대근이라고 놀려먹었던 친구입니다. 이 친구 또한 혼다 승용차의 주인입니다. 운전을 무지 거칠게...그렇지만 무척 숙련되게 하는 친구입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대학을 그만두고 곧 개막할 한국 자동차 그랑프리의 선수가 될 것을 충고할려고 생각했었는데 공항에서 그만 까먹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우리 일행은 이들의 순수한 우정에 감동하고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이들로 부터 오래간만에 때 묻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에 못지 않은 한국인도 있습니다.

백번을 찍어야 한번 씩 나오는 저의 모습입니다. 앞으로는 열번 찍어서 이런 모습 나오는게 꿈입니다.

남진씨...고맙소.

 

 

 

벌써 석양이 펼쳐지는군요.

 

 

 

 

몽골의 두 어린이 입니다.

또 한명요?  저 아이 옆에 엎드려 숨었습니다.

사진 많이 찍으면 수명이 단축된다는데...

 

 

 

이러다 한 밤중에 도착하겠군요...

 

 

 

몽골의 도로 변에는 가끔 씩 어버와 달스크가 휴게실을 대신합니다.

여행객들은 어버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세바퀴를 돕니다. 그리고 주변의 돌을 던져 쌓아줍니다.

달스크에는 주로 흰색과 파란색의 천이 휘여 감겨져 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흰색과 파랑색을 무척 좋아합니다.

흰색은 우유와 생산을 상징합니다. 파랑색은 하늘 그리고 샤머니즘(불교)...아마 그럴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선물 중에 수건은, 흰색과 파랑색을 준비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코발트블루를 좋아합니다.^^

 

 

 

 

 

헐....

멀리 초원지대에 황야의 무법자 2명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머시여? 이쪽으로 달려오잖아...

어이. 스톱. 스톱

.....

 

 

 

사진을 찍을려고 차를 멈추자 이들이 500여미터를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처음엔 겁이 덜컥났습니다.

한국의 조폭들은 쳐다만 보아도 "내 얼굴에 뭣 묻었어?  형씨 !" 하지 않습니까.

 

 

 

얼굴 모습도 한국 조폭을 조금 닮지 않았습니까?

낙타 얼굴도 주인장과 비슷합니다.

 

 

 

친절하게도 이분들은 낙타를 한번 타보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우리의 답은 '얼씨구나^^'였습니다.

 

 

 

낙타들은 혹도 혹이지만 수염도 보통은 넘었습니다.

 

 

황혼의 낙타 블루스...

 

 

 

도하 아시안 게임의 상처가 또다시 저를 갈등하게 만들었지만

저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끼랴 !......껄, 껄.

 

 

 

한국 사람들도 몽골 사람만큼이나 순수하더군요. 이런 추위에 500여미터를 달려온 두분과 수고하신 낙타님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은 저보다 빨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말 집으로들 갈 시간입니다.

 

 

 

석양이 푸른색으로 바뀔 무렵 드디어 몽골제국의 영원한 수도 '하라호름'의 문턱에 다달았습니다.

 

 

 

하라호름의 관문은 정말 신비로운 자태로 우리 일행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가 기거할 게르를 찾는데는 조금의 인내가 요구되었습니다.

 

 

 

밤늦은 하라호름의 게르에서 우리들을 맞이한  두 인형입니다.

 

 

 

 양고기 만두국으로 저녁을 대접받았습니다. 

 

 

 

호기심이 풍부한 이 집 공주님은 벌써 디지탈 카메라를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이집은 푸렙의 아내 '칭게'의 여동생 집입니다. 그러니까 젖을 물리고 있는 처자가 푸렙의 처제와 조카입니다. 오른 쪽 사나이가 남편, 직업은 몽골 경찰입니다.

 

 

 

 

오늘밤이 몽골에서 가장 괴로운 밤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무려 15명이 6평짜리 게르에서 때잠을 잤습니다. 이곳에서 남녀를 가리는것은 사치에 불과합니다.

초저녁(새벽 1시)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몽골 청년 3명이 차에서 자고 있다는 겁니다.

밖은 영하 30도. 제가 중얼거렸습니다. "디질라고 환장했군..."

그러자 옆에서들 그랬습니다. " 세 일병을 구하자!" 

세 일병의 고집을 꺾고 게르안으로 들이는데 30분 걸렸습니다.

 

한국에서 회의할 때는 개인 준비물에 '침낭'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침낭을 착실히 가져온 사람은 미련스럽게 저 혼자입니다.

15명이 자는데 이불이 어디 있겠습니까?^^

 

 

 

 

몽골의 밤하늘입니다....

드디어 오늘 밤 쏟아지는 별을 보았습니다.

보이십니까?  어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음에는 별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밤중에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게르에서 잘때는 전등을 끄지 말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항상 무시했습니다.

밤중에 소변이 급한 한 남자(혹은 여자)가 일어났습니다. 사방은 깜깜하고 우선 신발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손전등도 없습니다. 어디가 출구인지도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발을 이리 딛어도 물컹 사람이 밟히고 저리 딛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만 흐른 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형~님~~ 살려줘!!!(또는 언~니~~ 살려줘!!!)

 

이번엔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도 보드카와 맥주를 몇잔 마셨기 때문에 도중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신발은 더듬어서 겨우 찾았는데  손전등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그냥 더듬어서 나가려고 했는데...이 순간...누군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헉!...주인아주머니였습니다.  그 분이 누운 채로 저에게 손전등을 건내주었습니다. 이럴수가?....푸렙의 처제인 주인 아주머니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가슴이 거의 드러나는 옷차림으로 찬바람이 들치는 출입문 앞에서 손 전등을 손에 쥔 채, 맨 바닥에 누워서 이불도 없이 몽골의 차가운 밤을 지새고 있었습니다.

 

새댁, 이 온정 평생 잊지않겠습니다...

 

또 있습니다.

몽골의 게르는 새벽엔 춥습니다. 게르에서 세번을 자면서, 세번 모두 새벽 추위에 잠을 설쳤습니다.

첫번 째 새벽의 구세주는 푸렙의 아내 칭게였습니다. 우리가 추위에 부스럭거리는 것을 푸렙의 어머니가 듣고서 칭게를 우리 게르로 보냈습니다. 곱디 고운 칭게가 치마 를 걷어 올려 장작을 가득 퍼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엉뚱하게도 임진왜란 때, 우리 어머니 조상을 떠올렸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게르의 구세주는 자랑스런운 대한민국의 여성이었습니다.

고맙고 존경스러운 이름 석자는 '박강의'신명 대표입니다.

박강의씨는 추운 새벽마다 어김없이 일어나 꺼진 난로의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사실 박강의씨는 지금도 정상적인 신체가 아닙니다. 큰 아픔을 맞아 힘든 투병 생활을 해 오셨으며, 더군다나 이번 몽골 여행중에도 매 끼니를 생식가루 한 봉지와 와 두유 한봉지로 버티어 온 분입니다.

 

박강의씨에게도 큰 감사드립니다. 우리 일행에게 따뜻한 새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큰일 날뻔했습니다.

총무의 긴장되고 궂은 일에, 현지 민예총 일까지 함께 짐 지신 차소연 사무국장님.

참한 모범학생처럼 불만 한번 표현하지 않고 궂은 일만 맏아 웃는 얼굴로 소화시킨 김현경씨.

할말은 다한다...그리고 내 할일은 다한다...대한민국 여성운동상임대표 임남진씨.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몸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