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러시아 기행

우울한 러시아의 첫 인상 (13일째)

철우박 2007. 2. 20. 22:43

 

어제 밤 9시 - 출국심사

어제 밤 9시 40분 - 입국심사

어제 밤 9시 45분 - 2차 입국심사

그로부터...러시아의 공포의 밤은 시작됩니다.

.....

 

기차는 그대로 꼼짝없이 정지해 있습니다.

무려 8시간 가까이...

열차 커튼을 내린 채, 안내 방송도...화장실에 대한 안내도...왜 8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가끔씩 들이닥치는 러시아 경찰, 그리고 세관원들...그리고 객실의 온 곳을 쥐잡듯이 뒤지고... 심지어 열차의 천장까지 들쳐서 뒤지는 검문 검색...지시에 따른 짐을 개봉하는것...우린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낼 뿐입니다. 미처 소변을 보지 못한 여성 팀들은 이미 소식이 온 소변을 지금부터 8시간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결국, 우리 객실에 함께 했던 오파상이 첫번째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물건의 상당 부분을 압수당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몰래 눈짓을 합니다. 나머지 자기 물건을 우리 물건처럼 말해서 보호해달라고...

 

세관원들은 기세가 등등하여 통관 문서에 사인을 합니다. 무슨 사인이 그렇게 큰지...종이 크기 만큼이나 �! �! 사인을 해댑니다. 그리고 나선 이번엔 문서를 문에 대고 스템프를 찍습니다. "철커덕" "철커덕"

그 소리만 들어도 전 왠지 영화 속 러시아군의 군화소리가 연상되었습니다.

 

 

 

오파상 아주머니는 커튼을 열지 말라고 우리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누굽니까? 큰 모험은 못해도 작은 모험은 즐깁니다.^^

남진씨, 살짝 걷고 찍어 봐...

용감한 임남진씨가 찍은 '나오시끼'역의 청사입니다. 정문 위에 시계가 있고 양쪽에 러시아 기가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지금부터 한나절 가까이를 바보처럼 시간여행을 보냅니다.

 

지끔 나오시끼역의 시간은  '오전 3시 10분'입니다.

제가 차고 있는 몽골 시간은 '오전 8시 10분'입니다.

무려 5시간의 시차가 나고 있습니다.

 

정말일까?

 

비행기도 아니고 기차로 겨우 12시간 정도를 왔는데, 5시간 시차가 날 수 있을까?

.....

 

근데 무슨 새벽 3시 30분이 이렇게 밝아?

....헐....백야현상이라나...

 

이르크추크역에 도착해서도 우린 감쪽 같이 5시간 차이가 나는 줄 착각했습니다.

 

러시아의 모든 역에는 모스크바타임만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 때까지....

 

 

제가 열차의 맨 앞까지 다녀왔을 때, 이 열차에는 식당 칸이 없었습니다.

무려 나흘을 달리는 열차에 식당이 없다는 것이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다행이 여학생들은 식은 밥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챙겨왔습니다.

 

 

오메, 맛있겄다. 컵라면... 평소에 우리 아이들에게 "컵라면은 절대로 먹지마라. 독극물이다! " 라고 말해왔지만... 오늘만큼은 아닙니다. 컵라면은 주황색 천사입니다.^^

 

 

역시 현지인들은 달랐습니다. 푸렙과 아요르가 역 밖으로 나가 술과 안주를 사왔습니다.

헐, 커튼도 열면 안된다는 것은 무었이고....??? 

하여튼, 기분은 다시 맑음으로...^^

 

 

보드카도 맛이 다르더군요. 러시아산 보드카 맛은, 세관원들의 표정과 똑 같았습니다.

그래도 병 안쪽의 반대편에 새겨진 성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술기운을 잊을 겸, 혹시나 하고, 열차의 뒷 풍경을 보러 다시 나가 보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세계사진전에 함께 출품할까 합니다.

 

 

 

처음으로 제 눈에 다가온 러시아의 풍경입니다.

  

 

오전 9시. 일출이 시작됩니다.

 

 

이곳의 지형과 산세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입니다.

   

 

 

오파상 아주머니는 결국 뇌물을 바치고 빼앗간 물건을 되찾았습니다. 그녀도 긴장이 풀렸는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위쪽 가운데가 우리 객실의 오파상. 그의 오른 쪽 역시 오파상입니다.

러시아까지 오는 길에 우리까지 무척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그만 정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놈의 '정'... '정'이란 무었일까? 웃는걸까? 우는걸까?......잊을 땐 꿈~속 같고....

 

 

"아줌씨, 말고기 쪼까만 팔믄 안되까라우?"

"그냥 한 덩어리 잡사부시오. 모다 도와 줬는디...""

"아이고, 감사허요. 어디보자...어떤 놈이 젤로 크다냐...."^^

 

 

이르크추크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겁나게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자기 배낭 메고도 겁나네요.

 

 

 

아요르가 포터들을 불러왔습니다. 근데 이친구들 핸드카도 없이 맨손이네요. 허리띠를 착 풀더니 가방을 몇개씩 엮어서 들고가네요.  현재 기온은 영하 30도입니다.

 

 

러시아엔 미녀가 많다던데...다들 어디로 갔을까...

 

 

 

 

이르크추크 역전입니다. 

이르크추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더군요.

시베리아 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러시아제국이 시베리아를 개발할 때, 이곳이 전진 기지의 역할을 했다고합니다.

 

 

 

비둘기와 그의 병아리??? 이곳은 참새들도 사람을 피하지 않는군요.

 

 

러시아의 전형적인 건축물입니다.

 

 

 

두세시간의 노력 끝에 푸렙과 아요르가 봉고차를 겨우 빌려왔습니다.

참고로 이르크추크에도 관광버스는 거의 없으며 봉고차는 90%이상이 쌍용 이스타나입니다.   

3일 정도를 계약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군요. 45만원 정도...

오늘밤은  바이칼 호수의 서남단 '리스트비얀카'로 이동하여 숙박을 할 계획입니다.

 

환전도 했습니다. 1달러는 27루블입니다. 1루블은 43원정도가 됩니다.

 

 

리스트비얀카에 도착하니 오색 찬란한 조명의 호텔과 얼음 궁전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미끄름도 타고.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방값 부르는게 장난이 아니네요. 오색 찬란한 호텔은 꿈도 못 꾸고

근처의 값싼 방을 겨우 구했습니다.

4인 1실에 2000루블. 멀쩡한 호텔인데, 비누 하나만 덜렁, 수건도 안줍니다. 따순물도 안나옵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로비에 짐을 풀어놓는 과정에서 기둥에 배낭을 기대어 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때가 탄나나요?

 

 

그렇지만 호텔안에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두명이었습니다.

이 친구들 정말 용감한 친구들입니다. 장학금을 타서 러시아 여행을 왔답니다.

관광용 러시아어 수첩하나 달랑들고서요.

"러시아어 공부는 좀 하고 왔나?"

"아뇨. 책을 한권 사서 비행기 안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래? 말이 통하던가?"

"잘만 통하던데요."

....

 

아무튼 젊은 패기가 마음에 들어서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함께했습니다.

김치에 밥을 먹으면서 감동을 먹더군요.^^

알혼섬에 같이 가지 못한것이 서운했습니다.  

 

바이칼호수 위에서 찍었습니다. 겁나게 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