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보다 저렴하고 깨끗한 방을 구하느라 네곳이나 옮겨다니다 결국 되돌아온 처음의 숙소입니다.
방마다 욕실이 따로 있지 않고, 공중 세면실과 화장실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이 힘세고 건장하게 보이는 덤프트럭 운전사들이었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겁을 집어먹은 것도 또다른 이유였습니다.
이르크추크는 잠자리조차도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디.
러시아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창문 전체가 약간 돌출되는 구조이며, 유리창문을 가릴 수 있도록 만든 이중창입니다.
곳곳에 세겨진 섬세한 문양들이 매우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조진형 팀장의 원고 발송을 위하여 인터넷PC방을 찾으며 오전 시간을 고스란이 날렸습니다.
이곳은 번화한 마르크스 거리입니다. 아요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PC방을 물었지만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러시아 경찰에게 물어서 PC방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한 순간이었을 뿐, 우리가 지참한 노트북 사용을 거절당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실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러시아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업무를 볼 꿈은 안꾸시는게 좋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에게 배울게 한가지 있었습니다.
내집 앞 눈치우기입니다. 어느 한 곳도 예외없이 눈이 잘 치워져 있습니다. 내년 여름이나 녹겠지요.^^
저의 예리한 짐작인데...눈 치우지 않으면 아마도 벌금을 물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에서 꼭 배워야 할 제도같습니다.
마르크스 거리입니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브리야트 공화국의 '울란우데로' 가기 위해 이르크추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연인들의 이별 장면을 제가 촬영하고 있는 동안, 또다시 우리는 '모스크바 타임'에게 강력한 펀치를 맞고 비틀거립니다.
우리가 소지한 기차표에는 출발 시간이 '오후 4시'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30분 후면 출발입니다. 그런데 어딘가를 잠시 다녀온 아요르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오후 4시'는 모스크바 타임이랍니다. 그래서 이 기차는 실제로는 '오후 9시' 출발이랍니다.....이런? 환장할 일이 또 있나. 기차 티켓 조차도 모스크바 타임이라니...
이 순간 우리 일행은 '모스크바 타임'의 모든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맙니다.
러시아의 모든 역에는 모스크바 타임에 맞춘 시계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열차시간표도 모두 모스크바 타임입니다. 이르크추크는 모스크바와 5시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알아서 감안해야합니다.
흥분을 참지 못하고 조진형팀장이 아요르에게 말했습니다.
"아요르, 너 고르낀지 고로깬지, 그 대학 나온거 참말이냐?"
"아따매, 성님, 죄송하게되아부렀소...그거시 긍께...지가... 오로지 모스크바에서만 살아서...해 해"
어찌되었건, 우리 일행에겐 갑자기 5시간이라는 인생이 덤으로 추가되었습니다.
이 다섯 시간은 각자에게 조끔씩, 혹은 크게 다른 반응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낭만주의자(자칭)인 저에게는 또 다른 기대를 품게하는 생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전에 PC방을 찾다가 놓쳐버린 레닌거리와 수카초프미술관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고맙게도 일행 중, 역에 남아서 책도 읽고, 짐도 보겠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푸렙, 아요르, 임남진씨 그리고 저, 네명은 택시를 타고 레닌거리 근처로 다시 나왔습니다.
이곳은 전쟁기념공원 같은데 불꽃이 하루 종일 나오는가 봅니다.
공원 바로 옆이 '앙가라 강'입니다. 제 블로그의 이름이 '그리운 섬진강' 아닙니까. 전 선천적으로 강을 좋아합니다.
앙가라강은 바이칼호수로 유입되는 가장 큰 강입니다.
빠른 유속이 느껴지십니까? 그래서 앙가라강은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습니다.
이르크추크는 물에 관해선 축복을 받은 도시입니다.
실제로 역전의 유료 화장실에서는, 변을 보는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1분정도에 한번씩 자동으로 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요르, 너 정말 염치가 러시아제로구나. 일행들을 골탕먹였으면 근신하고 짐이나 지켜야지, 무슨 낮짝으로 날 따라왔냐?"
"성님, 말 다했소? 글믄 나 당장 역으로 갈라요. 근디... 하나만 물어봅시다. 성님, 러시아말 할 줄 아요?"
"머시여?.......미... 미...미안하다....내가 잘 못 생각해불었다. 없었던 일로 하자."
...............
강변의 성당입니다.
레닌거리를 향해 가고있습니다.
첫번 째 목적지인 '수카초프 미술관'에 왔습니다. '일리아 레핀' 그림을 실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미술관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제가 본 책에는 매주 월요일이 휴관일이었지만, 실제로는 화요일이었습니다.
화요일엔 레닌거리에 나오지 마십시오.
역시 이곳에선 되는 일이 없군요...
레닌거리입니다.
레닌거리에서 비켜간 러시아의 미녀입니다.
러시아엔 미녀가 많다던데...동의합니다. 정말 조각상처럼 잘 생긴 여인들을 보면...더 이상 잘 생긴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전 아직도 하라호름 호텔의 여직원에게 일편단심입니다.
서양의 미녀는 모양이 아릅답습니다. 그렇지만 동양의 미녀는 느낌이 아릅답습니다.
저 계속 이러면 안되는데...
그 글로 인하여 전 아내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몽골에 가서 잘먹고 잘살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매일 밤 침대에서 아내와 50Cm 정도 간격을 두고 자고있습니다. 하루에 1Cm씩 좁혀진다고 해도 무려 50일이 걸리겠지요. 역시 글을 조심해야 써야 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아요르가 '수흐바토르 거리'라고 말해줬습니다.
몽골 건국 영웅 수흐바토르가 레닌과 친구였다는게 증명이 된 셈입니다.
수카초프 미술관에서 꽝을치고 이번에는 이르크추크 박물관에 왔습니다.
아,,,,정말 왜 이러지? 러시아에선 되는게 하나도 없네. 박물관은 현재 공사중이랍니다. 또다시 '꽝'입니다.
1층에 조그마한 미술관만 볼 수 있다는군요. 걸음이 아까와서 60루블을 주고 보았습니다.
러시아나 몽골에서 또 한가지 배울것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장은 학교 교실의 5배정도 밖에 안되는 넓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지키고 돌보는 할머니가 세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젊은 여성 한명 정도가 맡을 일입니다.
노인들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들의 지혜만큼은 무척 고와보였습니다.
날씨는 춥고, 되는일은 없고,,,따뜻한 차라도 한잔 마셔야지...
"아요르, 어디 가서 보드카나 한잔하세"
홍어안주는 없나?
.....
우리 옆에 앉아 있던 러시아 여인들입니다.
그중 한 여인이 아요르에게 다가와서 뭔가 물었습니다.
아요르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무어라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푸렙에게 뭐라고 했습니다.
제가 푸렙에게 물었습니다.
"푸렙, 시방 저 여자가 머시라고 했는가?"
"예, 형님, 중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네요."
.....
푸렙은 현명한 남자였습니다. 임남진씨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정각 9시에 울란우데행 기차는 출발했습니다.
우린 다시는 모스크바 타임에 속지 않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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