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꿈은 악몽의 파노라마였습니다.
무엇인가에 묶여있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풀려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몸을 움직일수록 사슬은 내 몸을 더욱 조여듭니다.
10여년 전에 죽은 친구도 돌아왔습니다. 친구는 나와 하루종일 막걸리를 마시더니 2차를 가자고 붙잡습니다. 순간 저는 2차가 어디를 암시하는지 알아차렸습니다.
이상 연출이었습니다.^^
악몽은 무슨 악몽입니까. 전 술도 자제하고 잠만 잘잤습니다.
'언젠간 돌아가겠지 뭐...' 안그렇습니까? ㅎㅎㅎ
아침 일찍 깨어나서 습관처럼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창엔 성애가 가득 끼어있었습니다.
아...저게 뭐지? 멀리 레닌의 두상이 보였습니다.
어제는 차만 타고 다니느라고 어디가 어딘줄 몰랐는데...소비에트 광장이 바로 호텔에서 바라보였습니다.
아침이라 손이 굳어있긴 하지만 텔레비젼도 없는 방에서 뭘 하겠습니까.
소비에트광장과 레닌의 두상을 스케치했습니다.
호텔 앞에서 반가운 아침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군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
브리야트 현지인들이 밤새 경찰서로...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며 해결했다는겁니다.
휴~~~~~~~~~이제 한 숨 놓았습니다. 역시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
러시아 사람들 해도 너무하는게 또 있습니다. 아무리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좋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호텔에서는 영어 표기 좀 하면 안됩니까?
호텔식당의 메뉴판에도 영문은 단 한자도 없습니다. 대충 눈치 또는 사진 보고 골라먹습니다.
이 호텔에 영문 도움말이 딱 2개 있었습니다.
'NO SMOKING' 'INTERNET'
러시아호텔의 화장실 사용법에 대해서 한가지만 귀뜀해드리겠습니다.
화장지문제입니다. 골판지처럼 두꺼운 잿빛 화장지를 사용하시기 전, 용무를 보는 동안 계속 비벼서 부드럽게 하신 후 사용하셔야합니다.^^
또 한가지...이번 여행 중 저는 보기에 민망한 사진들도 상당 수 촬영했습니다. 낙후된 여러 시설과 호텔 내부, 그리고 변이 탑처럼 얼어붙은 재래식 화장실에 이르기 까지...
그렇지만 그런 사진들은 공개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큰 결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할 때, 사진 촬영은 매우 조심해서 해야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양해 없이 함부로 촬영하거나, 남의 치부나 좋지 않은 모습은 불가피하게 촬영을 하더라도 눈치채지 못하게 촬영해야겠습니다.
사진 촬영에도 인격과 매너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일행은 나는듯한 기분으로 사원 한 곳을 다시 안내받았습니다.
하긴 우리나라도 외국인들 오면 절에 많이 데려가지 않습니까.^^
시내에서 가까운 사원인데, 사원 정문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란우데의 전경입니다.
'트모르 에유' 아저씨가 잘 아는 사원이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허락받았습니다.
앞서 몽골의 간단사원 내부의 구조를 설명했었는데, 이 곳에서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원의 중앙에 스님들의 자리가 마련되었으며, 불자들은 이 주위를 맴돌면서, 부처님 바로 앞까지 가서 불공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목탁, 이곳은 종입니다.
박강의씨가 신발을 벗고 부처남께 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표정이군요.
"무슨 생각으로 절을 했습니까?" 라고 물으면 답은 뻔할것입니다.
"한반도의 통일과 양극화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그래서 묻지 않았습니다.^^
조진형 팀장과 차소연 사무국장도 합류했습니다.
이마에서 땀이 흐를정도로 계속되었습니다.
108번을 채울 때까지...
종무실에서 쉬고 계시던 스님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더니 합류했습니다.
스님들은 염불을 외워주신 다음, 우리 일행의 머리에 손을 대고 어떤 주문을 외워주었습니다.
한가지 놀라움...오른 쪽 스님은 능숙한 허매의 창법으로 불경을 외웠습니다. 불교와 허매와의 관계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부리야트 박물관입니다.
부리야트 공화국의 국기입니다. 윗 부분의 마크가 몽골의 국기와 무관해보이지 않습니다.
바이칼 호수와 부리야트의 지도입니다.
다시 정리해서 관찰 해보십시오. 바이칼은 남한의 3분의1, 한국은 부리야트의 3분의 1. 그러고 보니 지형도 비슷해 보이는군요.
마치 한국의 탱화를 보는듯합니다.
라마 불교 금속 불상들의 섬세함은 세계적으로 따를 곳이 없을 것입니다.
미대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탱화를 보고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라마'란 "덕이 높은 고승'을 일컫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고가구입니다. 칠보인지, 상감인지, 순금의 사용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목조에 채색한 불상입니다.
위에서 허매로 염불을 외운 스님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딱"
제 입이 벌어지면서 난 소리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정교합니다.
한국의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까치호랑이'그림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부처가 열반할 때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몽골 '투멘이흐' 극장의 전통극에서 맨 먼저 등장한 그 할아버지입니다.
대머리며, 긴수염이며, 지팡이까지...
몽골과 부리야트는 한 핏줄이 분명함을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군요.
부리야트 미술관입니다.
이곳에는 부리야트와 러시아 작가들의 회화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됨은 물론이고, 드디어 '트모르에유'아저씨의 능력(?)에 한계가 왔습니다.
처음으로 입장료를 지불했습니다.
러시아의 미술품과 러시아인 직원이 있는 이곳에선 '트모르에유'아저씨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호텔로 다시 돌아와 모처럼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녁 7시에 우리가 주최한 만찬이 있으며, 그때까지는 자유입니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자유롭지 못했다는것을...^^
거미줄처럼 얽힌 전차의 전선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제 마음의 사치일까요?
저는 "딸랑 딸랑" 종을 울리며 전차가 다니는 도시를 좋아합니다. 공기 오염도 줄이고 얼마나 푸근하고 좋습니까?
이곳 서민 아파트의 창문을 유심히 보면 재미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창밖으로 어떤 비닐주머니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알아차렸습니다만 퀴즈로 하겠습니다. 댓글에 맨 먼저 답을 맞춘분에게는 제 스케치를 한장 보내드리겠습니다. ^^
"자유시간에 나랑 같이 시내 데이트할 사람?"
박강의씨가 기다렸다는듯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저요, 저요"
"아~ 한번만 말해도 되요."
"또 같이 갈 사람?"
".........@@@@@"
하여간 여자들이란 그저...
박강의씨와 맨 먼저 다시 찾은 곳은 소비에트광장의 얼음 궁전입니다.
광장 주변의 발레 공연을 주로하는 극장입니다.
한국의 아파트에서도 매일 보는 알바쪽지.
이게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무지 궁금해지더군요.
낭만적인 러시아풍 건물의 뒤로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이 보입니다.
호텔 건너편 극장 앞에 부리야트 여인상이 있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제가 부리야트 역에 도착했을때 '트모르에유'아저씨가 목에 걸어준 '하닥'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철재 구조물입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견고하기도 하고요. 광주가 진정한 예술의 도시가 되기위해서는 이같이 하찮은 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할 것입니다.
레닌거리입니다. 러시아의 도시에는 과연 몇개의 레닌거리가 있을까요?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특정한 인물을 지나치게 숭상-미화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차가 다닐 수 없으며, 곳곳에 아름다운 쉼터가 꾸며져 있는 이런 거리는 광주의 도심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대형 마켓앞에 얼음 조각들이 있고, 왼쪽 멀리 마치 오벨리스크를 연상시키는 탑이 보입니다.
탑의 꼭대기에 아직 남겨진 소비에트의 상징은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제가 어렸을 적 소련은 최강의 적이었고, 소련 땅에 내 발을 딛게될 줄은 꿈도 못꾸었지요.
날으는 새를 보니, 이번 사진은 운이 좋군요.^^
햐~~~.
탑의 상징판에 한글이 있습니다.
' 공산주의로 분투하다가 전사한 동무들에게...'
쯔쯔, 이런 구경거리를 두고 호텔에서 쉬고있는 친구들은 무엇인고...
부지런한 새가 먹이감을 발견합니다.
러시아형 유모차입니다.^^ 겨울 내내 길바닥에 눈이 녹지 않는 덕분이지요.
그동안 과분한 대접에 비하면 보잘것 없습니다만 오늘 만찬은 우리 일행이 마련했습니다.
최고급 만찬(?)도 소세지를 비켜가지는 못합나다.
우연하게도 오늘은 차소연 사무국장의 생일입니다.
우리도 케익을 마련했는데, 부리야트쪽에서도 케익을 선물했습니다.
하여튼, 징허게 좋은 사람들입니다.
아요르의 친구입니다. '트모르에유'아저씨와 더불어 가장 고마운 분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대부분의 스케치에 붓펜을 사용했습니다.
붓펜은 변화무쌍한 선묘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우개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틀리지 않고 단번에 쭉쭉 그려 나가야합니다.
저에게 모델을 서 준 경우는 몽골 게르에서의 두 여자아이들 뿐입니다.
나머지 모두는 움직이고 있는 상태에서 그려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억력과 집중력 그리고 빠른 속도가 요구됩니다.
더군다나...한잔 한 상태에서 그리는것은 제법 까다롭습니다.^^
슬슬 술기운이 일어나면서 대화는 무르익고 장기자랑도 시작됐습니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조오~타.
한국과 몽골, 부리야트의 도전 1000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가장 뜨거운 저녁을 보냈던 여류시인 '하젯마유'씨와 '트모르에유'아저씨입니다.
저는 기억이 없는데 남들이 그러더군요. 저와 '하젯마유'씨가 입을 맞추었다고...
오늘밤 아내와는 거리는 또다시 멀어지겠군요...
그래도 저는 굽히지 않고 제 갈길을 갑니다.
'진심을 향하여...'^^
축제의 마지막을 구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부리야트와 몽골과 한국은 한 민족임을 인정하라! 인정하라!"
"인정하라! 인정하라!"
따뜻하고 다정한 그분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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