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과 러시아를 다녀온 후, 스무편의 기행문을 겨우 겨우 마쳤습니다.
아내는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말것을 주문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안살림을 책임졌던 제가, 20일간 집을 비우더니, 돌아 온 후에도 블러근지 뭔지에 매달려, 또다시 20일간 컴퓨터만 드려다보고 있으니...아내의 심정도 이해는 물론 삼해, 사해가 됩니다.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돌팔이 의원' 카테고리가 가장 부실한것 같아서 '금연'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담배요?
우선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담배는 백해 무익이다."
이 말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말입니다.
담배를 사랑하는 애연가들은 아마도 이 말 때문에도 오기(일본어)가 치밀어 담배를 끊지 않을 것입니다.
모름지기 '담배는 3해 97익이라...'
지난 35년간 담배를 피워 온 저로서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3해란..'건강', '타인', '불결'을 들 수 있겠지요.
'건강'을 잃으면 다 인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요?
제발 무식한 말씀 좀 그만하십시오.
담배는 '영혼'을 불러들여 '귀신'과 '악귀'를 내쫏는 지상 최고의 샤먼툴입니다.
그까짓 '건강'이 어찌 '영혼'앞에 명함을 드리댑니까?
한 때 이런 맘을 먹으며 살아왔던 저였는데...
지금은 금연....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금연'이 아니고 '절연'을 하였습니다.
'금연'은 왠지 장소나 시간의 개입이 있어보입니다.^^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저도 지금껏 수차례 금연을 시도한적이 있습니다.
첫번 째...30대 중반 때...담배 한보루를 갈기 갈기 찢고 자르고 잉깔려서, 투명한 유리병에 물과 함께 넣어 누렇고 징그럽게 변색한 것을, 안 방 눈에 잘 띠는 장소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내가 칭찬을 해주었으나, 한 달만에 손이 떨려서 붓 한번 잡지 못하고 KO 패 당하고 말았습니다.
(문제점 : 너무 쑈 의식이 강했다. 내 쑈에 내가 넘어가기길 기대했던 지극히 저능하고 초보적이고 돌발적 수준이었다.)
두번 째...40대 초반 때...과거의 문제점을 보완해서...'쑈' 보다는 '진심'을 택했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리고 직장 동료들에게 금연 사실을 고백하고 '싯달타'에 버금가는 '고행'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어느날 마누라(아내)와 사소한 문제로 대판 싸운 후에...에이 X팔!!! ...역시 두번 째 KO 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문제점 : 너무 '고행'을 선택했다. 스스로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은 자신이 항상 힘들고 괴로웠다. 나름대로 진 일보 하였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이때 저는 새롭고 파격적인 결심을 하게됩니다.
' 차라리 담배를 끊지 말자. 이게 무슨 짓이냐...끊지도 못하면서 스트래스만 받고...괜히 가정 불화만 번성하고...그냥 한 평생 맛나게 피우다가, 운 나쁘면 가면 그만, 운 좋으면 100년도 살더라....까짓껏...
그 후 다시 담배를 신나게 피웠습니다. 끊을 생각을 안하니 담배 맛도 좋았습니다.
.......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지 기가막힌 심리적 현상이 제 마음 속에서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뭐 이런겁니다. '이제, 내가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간섭 받거나 종용받지 않는다...이 문제는 오로지...나 자신...스스로의 문제로다...(흠, 멋지군...)
이주일씨가 가시고, 학교가 금연 지역으로 선포되고,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왔지만 저는 정말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어느 날...퇴근 길에 승용차 안에서 잠시 어떤 생각이.......... 저를 흔들었습니다.
'만일...만일...내가 폐암에 걸린다면...그것도...지금 당장...'
' .......'
'맞네 맞어...나는 사형 선고를 받고 병원 침대에 드러누워, 아내와 두 아들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겠지...'
'부끄러운 아버지로서...책임 없는 아버지로서...내가 그들의 눈을 어떤 염치로 바라볼 것인가?'
결국 .......스스로의 문제 였습니다.
세번 째...40대 후반 때...이번에는 '즐거운 마음'이라는 슬로건으로 금연에 도전했습니다.
시작부터가 재미있었습니다. 단숨에 끊지 않고 카운트다운을 해나갔습니다.
전 평소에 저고리의 주머니에 담배를 넣어둔 채, 옷장에 넣어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혹시 야밤에 담배가 떨어졌을 때는 옷장 안을 뒤지면 언제든 담배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념비적으로 그녀석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모두 해치운 후, 담배를 끊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물론 아내 모르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담배가 얼마나 나온지 아십니까? 어렴풋한 기억으로 옷장 안 호주머니에서만 나온 담배로 일주일 가까이를 피웠습니다.
드디어...때가 왔습니다.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세번 째 금연에 도전하였습니다.
담배를 참는 것을 고통으로 생각치 않았습니다. 저 자신을 자랑스럽게 그리고 건강해진다는 기쁜 마음으로 금연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1년 하고도 6개월...술 마실때가 가장 어렵더군요. 전 술마시다 피우고 싶으면 오히려 술을 연거푸 마시면서 담배 생각을 잠재웠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성공했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고 여기에서 끝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1년 6개월 째 끊은 어느날, 저는 한 후배의 개인전 오픈에 참석을 하고, 뒤풀이 장소에서 모처럼 지인들을 만납니다. 헐...그 장소에 그림 그리는 사람치고 담배 끊은 인간은 저 하나 밖에 없더군요...장난끼가 돋았습니다. 어이, 한 대 줘보소...^^
딱 한개비. 그때의 담배 한개비로 인해, 1년 6개월간의 '성공'은 '말짱도로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전 술만 마시면, 거지처럼 이사람 저사람에게 한개비씩 얻어 피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술을 마시면, 식구들 몰래 아파트 앞 수퍼마켓에서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사서, 시내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딱 한대만 피우고...... 남은 담배와 라이터를 벤치 또는 남의 승용차 트렁크 위에 둔 채 집으로 들어오곤 했습니다.
결국 냄새로 인해 아내에게 발각되고 1년 6개월만에 세번 째 TKO 패를 당하였습니다.
(문제점 : 내가 담배 한 개비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알콜 중독자가 10년을 술을 끊었어도 딱 한잔만 마시면 끝난다는 말은 들어보았다. 그러나 담배도 똑같은지 미처 몰랐다. 억울하다.)
이젠 스스로 염치를 상실하였습니다.
......
담배도 예전보다 맛이 없는것 같군요. 같이 피우면서도 상대방이 불쌍해보입니다.
집에서도 아내와 자식들까지 저를 남편과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담배에 관해서만...^^)
네번 째...2005년 겨울...허탈과 상념의 시간들도 이제 좀 지났습니다.
"언제 쯤 날을 다시 잡아아 할 텐데..." 검도장을 나서면서 푸념을 하였더니, 그 말을 듣던 검우 선생님 한 분이 "선생님 저하고 같이 끊어붑시다." 하지 않겠습니까.
" 난 내년 1월 1일부터로 생각코 있다요."
" 아따, 먼 말씀이다요. 사나이가...오늘 저녁만 피우고 내일부터 당장 함께 끊읍시다. 글고 벌금 50만원겁시다."
........50만원?
"그렇다면 나도 좋소... 벌금 50만원은 분명하지라?"
저는 그날 저녁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1년하고 3개월째입니다.
함께 끊었던 선생님요?
몇일 후에 다시 피우더군요. 그분도 박선생입니다.
"박선생, 벌금 50만원 내야제."
"아따, 장난말로 한것을 같고 너무하시네..담배 끊으시고 좋으면서..."
.......
사기 친 그사람 신상을 만천하에 공개하겠습니다. 광주 서석중학교 과학담당교사 성명 : 박 철(검도 2단)
저하고 이름이 거의 같습니다만 치사한 인간입니다. 검도장에서도 기합소리만 꽥꽥 지르지, 젊은 친구가 저를 한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ㅠㅠ
전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철만 바뀌면 괴롭히던 만성 비염도 감기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담배 끊기요? 어렵지 않습니다. 쉽게 도전하십시오. 즐겁게 도전하십시오.
행복합니다. 그리고 가족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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