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병어회무침

철우박 2007. 5. 22. 09:05

 

"여보세요"

"무신 일인가?"

"나, 여기 시장인데, 과일 좀 사갈려고..."

"과일도 사고, 병어 잔챙이 있으면 좀 사오소"

"돈이 있어야제..."

"만원도 없는가?"

"응"

"왜, 없는가?"

"없응께 없제..."

 

"........"

 

 

 

 오월은 병어철입니다.

그런데 겁나게 비쌉니다.

스무마리 한상자가 삼십만원까지 했다니

할말이 없습니다.

 

'서민의 생선' 이라던 말이

무색합니다.

 

병어회무침입니다. 

 

 

 

바깥양반께서 과일을 냅두고 병어를 사오셨습니다.

이 잔챙이 병어들은 어른 손바닥의 삼분의 이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래서 쌉니다.

 

바깥사람이 운이 좋아서 떨이로 싹쓸이를 했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만원어치입니다.

세어보니 무려 서른 하고도 두마리입니다.

한마리에 312원 50전입니다.

 

으허허허허!!!!(죄송, 저도 모르게...)

 

가위로 지느러미와 꼬리를 자르고 비늘을 깨끗이 벗겼습니다.

 

 

 

오늘은 너희들이 내 칼을 받아랏 !

 

 

 

잠시 일렬로 서서 기다려라. 떠들지 말고...

 

....흥, 웃기고 있네... 우리덜 주둥이를 다 잘라놓고서 떠들지 말라니....

 

나머지는 다섯마리씩 비닐봉투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일주일은 반찬 걱정 덜었습니다.

 

 

 

이제 야채를 준비해야죠.

미나리, 오이, 깻잎, 양파, 청량고추와 실파도 따로 있습니다.

 

 

 

미나리는 5cm 정도로 썰고 오이를 뚜벅뚜벅 썰었더니

바깥사람이 태클을 거는군요.

 

""당신, 그럼서도 어디가서 요리한다고 허요? 아, 재료를 비슷비슷한 크기로 썰어야지..."

 

...묵묵 부답...

 

 

지금부터는 바깥사람 몫입니다.

꼬치까리... 휙!

꽤... 픽!

마늘... 턱!

설탕...칙!

고추장...퍽!

세배식초...쫄쫄!

 

(회무침을 할 때, 고추장만 쓰면 물만 무성합니다. 고추가루와 섞어서 하세요)

 

 

제가 모든 준비를 하는 동안

잘난사람은 고작 미나리 다듬고, 햇마늘 몇쪽 깐게 전부입니다.

 

어라, 그리고 보니,,,,찬찬히 생각해보니,,,,

 

오늘은 제가 조리 보조원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병어가 작기 때문에 칼을 눕혀서 크게 보이게 썰었습니다.

 

 

 

잠시 대기,,,,조용히 해라,,,,

 

 

 

야채를 먼저 무쳐서 맛과 간을 본 다음, 마지막에 병어를 넣고 살살 무쳐줍니다.

 

 

 

맛이요?

....

 

죽음까지는 아니지만, 중상은 충분합니다.

 

 

 

막걸리에 먹었더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월전 준비하느라 고생한 민미협 일꾼들을 불렀습니다.

막걸리를 사들고 왔군요.

 

일금 만원으로

일곱명이

새벽 세시까지

이글스의 호텔켈리포니아를 들으며

배부르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제 냉장고에 병어는 없습니다.

 

^....^

 

 &&&&&&&

.

.

.

.

 

죄송합니다.

 

퇴근 후 냉장고를 보았더니 다섯마리가 남아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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