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째 작업일기입니다.
방학 내내 배짱이 처럼 놀았더니 제 안에서 누군가가 몸살을 합니다.
...철없이 블로그에나 매달려 천직을 망각하다니...
진작 마음을 세웠서야 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더는 기어 들어갈 곳이 없습니다.
무등산을 가끔 오르면서 묵혀두었던 스스로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꽤 괜찮은 무등산 그림 한 점 그려야 할텐데...
광주에는 무등산을 그려서 밥먹고 사는 화가들이 꽤 있습니다.
뭐 무등산의 사계니 무등산의 설경이니 하는 그런 그림들이죠.
어쩌다 보니 그런 아류의 무등산 그림들이 트레이드 상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밥 냄새 나는 무등산 말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냄새 또는 사랑 이야기도 좋겠다 싶어
일단 '무등산 연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히 큰 소리를 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꼴 값을 해야 할텐데... 지켜봐 주십시오.^^
작년에 새인봉에 올라 사방을 360도 돌아보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파노라마형으로 조합해보았습니다.
천황봉, 입석대, 중봉 방향
새인봉과 화순 만연산 방향
광주 시내 방향
흙으로 부터 연작처럼 원의 안쪽으로 스케치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원의 바깥쪽으로 스케치 했습니다.
고민한 결과 아래 쪽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중앙부분이 하늘일 경우 지금 까지의 작업들과 차별성이 없으며,
바이칼로 부터를 작업하면서, 중앙 하늘에서 가벼운 풍경화 느낌 때문에 고전했었기 대문입니다.
아래 쪽 스케치를 취함으로써 중앙부분에 예향 광주의 에너지와 비장감 있는 추상적 요소들을 표현하는 것이
지금의 광주적 정서와도 맞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운봉에서 촬영한 천황봉 구도가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봉선동 제석산에서 바라보는 천황봉 구도가 더욱 전형적인 상봉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상봉의 모습은 이 스케치를 참고할 게획입니다.
캔버스 규격은 60F 입니다. 130cm * 97cm
처음엔 200호 정도의 대작을 생각했습니다만, 이 작업을 계기로 대작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아크릴 칼라로 두툼한 질감을 살리면서 작업할 계획입니다.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니 산 형상을 제외한 기본틀이 잡혔습니다.
하늘 부분의 질감을 살려내기 위해 채색을 두텁고 거칠게 하여, 밑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하늘의 색감을 옐로우와 화이트를 추가하여 밝은 느낌으로 해보았습니다.
완성된 무등산의 색감과 질감을 미리 예견하며 하늘의 명도와 색상을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1월 27일 작업이었습니다.
1월 28일 작업입니다.
하늘 색상 때문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선 실험 삼아 4가지 푸른색 계열을 같은 양의 흰색과 혼합해 칠해보았습니다.
맨 처음이 '코발트블루' '울트라마린블루' '프싸로블루' '프루시안블루' 순입니다.
저는 평소 코발트블루에 대한 편견이 있어왔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어가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작품의 하늘색이 일색이 되고 있습니다. 코발트블루와 번트시엔나(갈색)와 레몬옐로우(연노랑)의 조합으로...
비장한 느낌과 코발트의 환한 빛깔은 어울리지 않겠군요.
프루시안블루로 가고 싶지만 아크릴 칼라는 유화물감과 달리 강렬함이 부족하군요..
울트라마린블루와 프루시안블루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푸른색과 화이트, 레몬옐로우, 번트시엔나를 적절히 혼합하겠습니다.
야간의 화실조명이 반사되어 촬영상태가 좋지 않고, 윗 부분이 더욱 밝게 보입니다.
몇 시간의 작업으로 하늘은 제법 두툼한 질감을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1월 29일 입니다.
본 산 부터 형태를 그렸습니다.
왼편엔 증심사, 오른쪽은 세인봉, 아래는 광주시가지를 캔버스를 돌려가며 스케치합니다.
대략 전체적인 틀이 드러났습니다. 작업은 이제부터입니다.^^
본 산입니다. 산 들의 중심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작업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1월 30일
캔버스를 거꾸로 해서 증심사 입구와 광주 시가지 쪽을 작업했습니다.
아래쪽 산들이 웅장하다보니, 위쪽 본 산과 오른쪽 새인봉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느낌을 갖게되어 손을 보는 중입니다.
이제 어려운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골격이 갖춰갈 무렵 최소한 한번의 홍역은 앓게되는 법입니다.^^
1월 31일
본 산의 형상을 다시 잡고, 왼편에 증심사와 차밭이 있는 산세도 표현했습니다.
이제 대략 중심부를 빼고 외곽은 골격이 드러난 셈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왠지 허전하고 마음에 차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차 한잔 마시며 느껴보았습니다.
결론은 비장감을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인 색상의 한계였습니다.
하늘부터 강하게 그려야겠어... 힘있는 오방색을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했으면 해야지... 하늘을 울트라마린블루와 프루시안블루를 혼합해 원색적으로 채색했습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일 첫인상이 중요하겠지요...
2월 1일
원 안의 이미지를 이끌어냈습니다.
무등산의 내면은 무었일까? 어떤 형상으로 채워야할까? 광주시가지...광주 시민...광주의 아픔...도청...중머리재...
아니면 추상형?...많은 생각을 그동안 해왔습니다.
어느 순간 머리 속이 반짝였습니다. 갑자기 당산나무가 떠올랐습니다.
맞아, 뭐가 그리 거창할 필요가 있겠어... 당산나무면 족하지...
무등산을 아는 사람이면 대부분 당산나무를 기억합니다. 증심사에서 조금만 오르면 언제나 넉넉한 그늘 위로 햇볕을
떠받치고 있는 당산나무는 무등산 등산객들의 오랜 벗입니다.
하산길에 당산나무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맛도 천하일품이지만, 무었보다도 당산나무 그늘에서 이 양반의 노고에
덕을 본 사람들은 헤아릴수도 없습니다.
저는 주저없이 당산나무의 뿌리를 무등산의 내면으로 선택했습니다.
뿌리가 뻗기 위해선 흙이 있어야지요. 흙으로 부터...
왠지 좀 약해...붉은 빛을 좀 넣어볼까.
처음엔 버밀레온(주황색)을 주 색으로 하였다가, 번트시엔나(갈색)를 주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이건 아니군요. 너무 도발적이군요.^^
하루 종일 네번을 바꾼 결과입니다.
붓과 손을 이용해서 채색했습니다.
2월 4일
이틀이나 쉬었군요.
오늘은 하늘의 색상을 조금 약하게 다시 채색했습니다. 그리고 산세들도 다듬어 표현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반고개는 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처음처럼 다시 시작할 부분들이
또 다시 생겨날 것입니다.
2월 5일
본산의 오른쪽과 새인봉을 손질했습니다.
그리고 산 주위로 멀리 드러나는 산도 그려보았습니다.
2월 7일
명절날 작업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왠지 열심히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우선 하늘의 명도를 조금 밝게 다시 채색했습니다. 물론 어제 그린 먼 산은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본산의 설경을 모두지우고 다시 작업중입니다.
너덜겅의 표현이 꼼꼼하게 표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바닥을 보완한 후 다시 작업을 해야했습니다.
2월 8일
너덜겅을 좀 더 화려하게 표현하여 보완했습니다. 본 산이 새인봉에 밀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부터는 완성을 염두에 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너덜겅은 물론 하늘 배경도 다시한번 꼼꼼하게 채색했습니다.
둥근 배치의 산과 내부의 원이 만나는 경계선 작업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2월 9일
오늘은 하늘만 그렸습니다. 단색조였던 하늘을 바꾸어 생동감 있게 색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현재로선 구름을 표현할 계획은 없습니다.
2월 13일
다시 하늘입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몇일이었습니다.
결국 하늘을 다시 밝은 톤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비장감을 나타내기 위해 원색톤으로 가려고 했지만, 볼수록 그게 아닙니다.
이유는 무등산 그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결국 무등산을 살리기 위해서는 밝은 톤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의 계획은 훗 날 기회를 보아 소품으로 시도할 생각입니다.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2월 17일
하늘 표현을 어느정도 마무리 짖고, 처음 계획대로 겹겹히 멀리 보이는 산들을 표현했습니다.
이제야 처음 계획한 작업의 형상들이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2월 18일
오늘은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하늘과 겹겹히 쌓인 산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했고
내친김에 감정을 따라 당산나무 뿌리까지 표현했습니다.
중앙의 원은 밝은 톤으로 바꿀려고 이미 생각해두었습니다.
중앙 원을 옐로우오커(황토색), 번트시엔나(갈색), 번트움버(진갈색), 퍼머넨트그린(어두운 연두) 등을 화이트와 혼합해 비 정형적으로 채색했습니다.
이 정도로 오늘 작업을 마무리 할려는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우선 바닥색이 완전 건조되지 않았을 때 당산나무 뿌리를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고민중이었던 당산나무 색상을 흰색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것입니다.
마치 진흙 바닥처럼 끈적대는 바탕위에 흰색으로 당산나무를 거칠게 그려보았고, 번트시엔나로 느낌을 살려보았습니다.
오늘 갑자기 그림의 완성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3월 2일
그동안 게으름을 좀 피웠습니다. 이것 저것 좀 바쁘기도 했고요.
서울 나들이 또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결국 하늘을 밝은 노란색 톤으로 바꾸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작품이 진척이 없었던 까닭도 하늘 색 때문이었습니다.
하늘 색은 무었이 되는 간에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패턴이 될것입니다.
노란색 톤으로 결정한 이유는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 까닭도 있었지만
그동안 정직하기만 했던 스스로의 색채관을 탓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산의 표현도 경계선을 완하하고 묘사에 집착하지 않도록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부터 왠지 작품이 잘 풀려갈 듯 좋은 예감입니다.^^
3월 13일
이제 작업의 방향이 대부분 잡혔습니다.
지금부터는 잔 손질을 하여 완성으로 가는 길입니다.
당산나무의 뿌리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래쪽 광주시가지 방향도 손질했고, 산 전체도 두루두루 손질했습니다.
이제 산모의 고통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아기의 머리와 몸통까지 거의 드러났습니다.^^
3월 18일
오늘은 당산나무 뿌리를 주로 그렸습니다.
원의 바깥쪽으로 잔 뿌리를 가는 붓으로 표현한 후, 다시 황토색으로 성금 성금 덧칠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정리했습니다.
뿌리의 큰 부분 주변과 안 쪽으로 번트시엔나와 퍼머넨트그린을 거칠게 혼합해서 생명력이랄까?...아무튼 생기를 좀 더 표현했습니다.
4월 15일
완성작입니다.^^
1월 20일 경부터 시작~ 4월 15일 완성했으니
제작 기간은 3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사진 상태가 좀...
명제는 '당산나무로 부터...'라고 바꿔 붙였습니다.
이 작품은 카테고리 '흙으로 부터'에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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