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이양주 고행

철우박 2009. 1. 24. 11:04

두번 째 이양주를 담궜습니다.

이번엔 전통에 충실하기 위해 재래누룩을 사용했습니다.

 

 양도 늘렸습니다.

찹쌀 4kg에, 그동안 쌀독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제법 큰 항아리에 담궜습니다.

 

 

 밑술 담기.

먼저 쌀 800g(전체 쌀 중량의 1/5)과 물 4리터로 흰 죽을 만듭니다.

죽은 완전히 퍼지게 뜸을 들여야하며 체온 이하가 되도록 식혀줍니다.

식히는 방법은 싱크대 찬물에 담궈 저어주는 방법, 선풍기를 사용하는 방법, 찬 곳에 놓아두는 밥법 등이 있겠지요.

 

 

 남광주시장 쌀집에 가서 재래누룩을 구입했습니다.

재래 누룩은 덩어리로 된 것과 사진처럼 잘게 부수어 파는 것이 있었습니다.

"둘 다 똑 같으요?"

"야,,,"

"쓰기 존 것으로 주씨요."

 

 

 원래 덩어리 재래누룩의 경우 잘게 부수어 법제를 해야 합니다.

법제란 누룩을 부수어 밖에 내 놓아 2~3일간 햇볕과 이슬을 맞히면서

살균, 탈취, 효모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구입한 누룩은 이미 법제과정을 마친 상품이므로 그대로 사용해도 좋답니다.

 

 

 흠,,, 유효기간도 표시되어 있군요.

사실 청주의 맛은 누룩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초보는 사서 사용하는 수 밖에요...

 

 

 다 식은 죽에 재래누룩 400g을 넣어 섞었습니다.

개량 누룩을 사용할 때보다 양이 엄청 많군요.

나중에야 안 것입니다만 200g만 넣어도 괜찮다는군요.

술 빚는 사람들은 보통 실패가 두려워 필요 이상의 누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술에서 누룩 잔향도 많고 맛도 청아하지 못하겠지요.

 

재래누룩과 개량누룩은 사용하는 양이 서로 다릅니다.

개량누룩을 사용할 시, 재래누룩에 비해  1/4만 사용하면 됩니다.

 

 

 밑술을 독에 넣어 한지로 덮고

하루에 한두번 이틀간 저어주고 3일 째가 되면 밑술이 완성됩니다.

 

 

밑술이 잘 완성되었군요.^^

그렇지만 큰 독에 넣으니 공기와의 접촉이 너무 많을 것 같군요.

다음부터 밑술은 따로 작은 용기에 담을 계획입니다.

 

 

덧술 만들기.

 나머지 찹쌀 3.2kg으로 고두밥을 지었습니다.

찹쌀을 물에 2~8시간 정도 담군 후(여름철에는 2시간), 30분간 물을 빼고,

찜통에 천에 싸서 1시간을 짓고, 30분간 뜸을 들였습니다.

우리집 찜통 총동원...

 

고두밥을 펼쳐 체온 정도가 되도록 식혀줍니다.

바닥이 뜨거워지므로 이쪽 저쪽으로 옮기며 식혀줍니다.

 

 

 식힌 고두밥에 생수 1800cc와 재래누룩 200g을 추가로 넣고 손가락으로 잘 주물러 섞어줍니다.

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합니다.

저 또한 물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 고행이 예고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완성된 밑술을 부어 다시 주물러 잘 섞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소독한 항아리에 모두 넣어

 

섭씨 25~28도 장소에서 일주일(3일간은 저어줌), 그리고

섭씨 20도 정도에서 일주일정도 발효시키면 이양주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담은 날이 작년 12월 25일 입니다. 28일날 덧술을 넣고 1월 10일이면 술이 끝나는 날입니다.

그런데 왠걸요. 술이 완성되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맑은 술이 떠올라야하는데,,,꿈쩍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이틀,,,사흘,,,,일주일이 더 지났어도 술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 놈(?)을 살리기 위해 별 짓을 다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전통주 서적을 구입하고

안방과 작은 방의 온도를 새 온도계로 측정을 하는가 하면

술독을 들고 다시 집안의 이곳 저곳으로 전전 긍긍합니다.

급기야 전통주카페에 들려 질문 글을 올렸습니다.

 

다행히도 돌아온 대답이 비관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재래누룩의 경우 누룩의 상태에 따라서 기일이 한달 이상도 걸리므로

침착하게 청주가 떠오를때까지 기다리란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설에는 제가 빚은 청주와 삼합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서울의 써닝맨입니다.

 

...

 

 

결국 저는, 노처녀 제 막내 여동생을 구원해준(?)

노총각 구원투수 임서방을 위해 결심을 하게됩니다.

 

그래,,,어쩔 수 없다,,,,박자!

 

 

 

인터넷을 다 뒤져도 구입할 길이 없는 용수...

 

결국 담양에 직접 가서 구입한 용수입니다.

용수의 가격 3000원...

 

구입한 과정에서 들인 돈...

왕복 기름값 10000원.

순환도로 통행료 2000원.

바깥양반과 먹은 대통밥 20000원.

합이 3만 이천원

용수 가격보다 11배가 들었군요...^^

 

 

 가운데를 손으로 파내고 술 빚은지 한달 여만에 용수를 강제로 박았습니다.

그러면 용수 안으로 술이 찹니다.

몇시간 후 맑은 술이 떠오르면 청주를 취하고

나머지는 걸러서 같은 양의 물을 섞어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미완의 청주...

 

 

 미완의 막걸이...

 

 

순전히 써닝맨 때문일까요?

 

...

 

 

술맛?

 

 

갓 시집간 새색씨의 눈물 맛.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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