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뿔테 안경 교정기

철우박 2009. 6. 29. 09:04

발명품을

소개하겠습니다.

 

 뿔테 안경 교정기입니다.

 

제가 처음 안경을 쓴 때는 국민학교 5학년 때입니다.

당시는 한 반에 안경 낀 아이들이 고작 한 두명 뿐이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멀쩡한 네(four) 눈을 가지고 계셨기에...5년 가까이를...

저는 다른 애들도 저 처럼 칠판의 글씨가 뽀샤시하게 보이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날 담임 선생님께서

칠판을 볼 때마다 입이 약간 벌어지고 온갖 인상을 구기면서 지랄을 떠는

제 행동을 이상히 여겨 부모님께 전달될 때 까지 저는 그야말로 반 봉사였습니다.

시력표에서 가장 큰 글씨조차도 고도 난시 때문에 두 세개로 보였었거든요.

 

당시는 대부분 뿔테 안경이 었습니다. 검고 두꺼운...

친구들에게 제 별명은 바로 '헤드라이트'로 부여받았으며

무었보다도 두툼한 유리 렌즈는 그 무자비한 무게로 인해

제 콧등과 양쪽 귀를 한 시도 편안하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안경을 밀어올리기 수백번?...

 

고등학교 시절..

당시 저는 운동 광이었습니다.

야구, 기계체조, 농구, 태권도, 축구 등등

그런 저에게 뿔테 안경은 정말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그 때부터 제 스스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안경 집에 가지고 가서 뿔테의 형태를 바로 잡아도

며칠 후면 또다시 안경은 헐거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난로에 안경을 구워서? 스스로 테를 구부려 교정하는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싸꾸려 뿔테는 과도한 열로 인해 변색되고 때로는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다시 마련한 고육지책은 안경태의 조인트 사이에 두꺼운 종이나 나무조각을 잘라 끼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꽉 조여주어서 테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깜빡하고 안경을 접으면 이내 빠져나오고 말았기 때문에

최후의 연구는...반창고였습니다. 반창고를 작게 잘라서 몇개씩 붙여놓으면

떨어지지 않고 훌륭한 기능을 발휘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세월이 꽤 지났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코걸이가 있어 잘 흘러내리지 않는 금속태를 사용해왔지요.

물론 남들 다 쓰는 금테 안경도 한 번 써보고 싶었고요.^^

 플라스틱 안경알도 출시되어 안경은 전 보다 훨씬 가볍고 편해졌습니다.

 

또다시 세월이 꽤 지났습니다. 이른바 금속태의 세월이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제자들 동창회에 갔더니 제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선생님, 제발 뿔테로 다시 바꾸세요. 예전의 박철우 선생님과 너무 달라요. 너무 많이 변하셨어요..."

 

'젠장'

...

 

 

결국 금속테 10여년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그리운 뿔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뿔테 생활 며칠만에 또다시 과거의 불편함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안경 집에 매번 들려서 교정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수차례 고민하던 중, 번쩍 어떤 아이디어가 제 머리를 때렸습니다.

 

 결국 안경테가 헐거워 지는 것은 물리적 현상이 아니던가?

잠자는 시간동안 반대쪽으로 물리적 힘을 가해주면 원상 회복이 되지 않겠는가?

 

처음엔 나사를 이용하여 조여주는 좀 더 복잡한 기구를 고안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하면서 가장 단순한 기구야말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뒷뜰에 버려져 있는 나무 토막 한 개를 주워와서 간단히 뚝딱뚝딱 발명품이 완성되었습니다.

뿔테 안경의 폭 보다 좁은 나무 틀 사이로 잠드는 동안 안경을 밀어 넣어두면 아침엔 감쪽 같이 원형으로 회복된답니다.^^

 

 

 문양도 그려넣었습니다.

처음엔 남땜용 인두를 사용했는데 열이 약해서 안되더군요.

그래서 송곳을 불에 달구어가면서 한 땀 한 땀 문양을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발명품이 예술품으로 승화되는 과정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참, 한가지 빠졌군요.

뿔테 안경이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귀걸이 또한 중요합니다.

귀걸이 부분이 과도하지 않을 정도로 구부러져서 귓바퀴에 잘 고정되어야 한답니다.

 

 즐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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