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쳤습니다.
5년간 정들었던 봉선동 생활을 마치고
이제 운암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혹자는 왜 봉선동에서 운암동으로 이사를 하느냐고 묻겠지요.
맹부삼천지교입니다.
내년 초면 작은 녀석이 고등학교를 마칩니다.
이제 큰 녀석을 보살필 때입니다.
그래서 전남대가 가까운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습죠.
전원주택을 열망하는 바깥양반의 재태크 전략이기도 합니다.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왔으니
이제 저는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무주택자입니다.^^
새 집의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전경입니다. 괜찮지 않습니까?
비록 동향이기는 하지만 바깥양반과 저는 이 아늑한 소나무 정원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2층에서 살고 싶었던 평생의 제 꿈도 실현되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오토바이가 시도 때도 없이 부다다다 소리를 내고 달리면 솔차니 시끄럽기도 한 곳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땅 기운을 받아 몸이 거뜬합니다.
참말입니다. 높은 아파트보다는 저층 아파트, 저층 아파트 보다는 단독 주택이 건강에는 좋습니다.^^
아파트 뒷편에는 모과나무가 있고
창문에서 손을 내밀면 모과가 손에 잡힙니다.
흠, 이런 아파트도 있었군...
모과는 모두 내것이다. 야호~
리스닝룸(거실^^)과 나의 애인 알텍 스피커와 기기들...
오디오 장식장도 새롭게 꾸몄습니다.
바우하우스 장식장을 과감히 버리고 마루탁자를 이용했습니다.
이유는 높이입니다.
장식장이 높아서 그동안 좀 답답했거든요. 시야가 편안해지니 음악도 더 좋습니다.
LP를 사랑하기 위해 턴테이블을 맨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LP야말로 진정한 음악입니다.^^
제가 아끼는 골동품 두가지만 소개합니다.
중국산 테라코타인데 10년 전 예술의 거리에서 5만원 주고 구입한 것입니다.
지금은 구할 수 없겠지요.
구입한지 며칠도 안되서 둘째 아들 형석이가 비취볼을 가지고 놀다가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녀석을 반 쯤 죽이고 나서, 얼굴 조각을 일일히 붙인 것입니다.
이 녀석을 볼 때마다 그 녀석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리스닝룸 천장에 매달려있는 목붕어입니다.
인터넷 골동품사이트에서 8천원에 구입한 것입니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는 녀석이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거실에서 바라본 소나무 정원입니다.
확장형이 아닌 발코니형 아파트도 꾸미기가 재미있군요.^^
이사를 하면서 느낀 소감입니다.
텅 빈 아파트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먼저 왔습니다.
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모과나무를 신기한듯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걸레 있어요?"
갑자기 에어콘 기사를 따라온 소년이 내게 물었습니다.
순간 모과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파란색 걸레가 눈에 띠었습니다.
위 사진의 걸레입니다. 윗 층에서 떨어진 것인지...아니면 먼저 살던 사람들이
나무에 걸어 말려서 사용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요.
하지만 이녀석은 이번 이사의 일등 공신입니다.
더러운 먼지와 묵은 때들을 모조리 닦아주었으니까요.
저와의 새 인연
앞으로 길이길이
이 녀석을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