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집에서 담근 술

철우박 2006. 10. 1. 22:03

10년만에 집에서 술을 담궈봤습니다. 지금까지의 근신은 바깥 사람의 엄명 때문이었습니다.

왜냐고요. 몇일이 안되어 바닥을 보기 때문이죠.

올해는 기습적으로 술을 담궜습니다. 바깥 사람이 어이가 없어서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래서 그만 엉겁결에 한쪽 무릅(?)을 꿇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약조를 했습니다. 하루에 한가지만 마시기로....

우선 구경부터 하시죠.

 

 

맨 왼쪽 3병이 솔순주입니다. 한마디로 장생불로주입니다. 해송의 새 순은 봄이면 우리 조선 땅에 널리고 널린 것입니다. 원 재료는 공짜입니다. 솔 음료수 아시죠. 중국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음료수보다 비쌉니다. 이유는 한가지  몸에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2시간을 작업(?)해서 3병을 담궜습니다.

다음은 주의할 점입니다. 솔순을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향이 너무 강하면 마시기 불편합니다. 반드시 30도에 담그시기 바랍니다. 25도에 담궜더니 술이 변하여 버렸습니다. 설탕을 딱 두 숟갈만 넣으세요. 100일후에 걸르세요 그렇지 않으면 진득한 송진이 발생합니다. 저는 희랍 신화에서 '박카스'신을 가장 좋아합니다. ^^

 

매화주 보이시죠. 두병 중 한병은 바깥사람 친구분이 준 무농약 매화입니다. 또 한병은 화순동면중학교산, 역시 무농약입니다. 매화주는 매화를 많이 넣어야 향이 좋습니다. 그리고 알맹이가 파란 영매실이 좋습니다. 100일 후에 걸러내세요. 가끔 보면 매실액기스를 낸 후에 그 매실로 매화주를 담는 겨우가 있는데 술맛도 없고 단맛이 너무 많습니다.

잠깐, 말들이 많은 애기를 좀 하겠습니다. 먼저 술의 도수입니다. 어떤 양반은 30도가 맞다. 또 어떤 양반은 25도가 맞다 서로 그럽디다. 개인 취향도 있지만 저의 답은 25도 입니다. 왜냐? 25도의 술맛이 우아하기 때문입니다.^^ 단, 이것만은 알아두십시오. 비교적 물기가 많은 과실주는 30도, 딱딱한 과실은 25도 입니다.

 

나머지 두병은 삼지구엽초주입니다. 완도 약산에만 서식하며, 약산 흑염소들이 매일 먹는 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약산의 삼지구엽초는 유사품일 뿐이고 진짜 삼지 구엽초는 남한의 중부 지역 몇군데만 소량 서식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 약산에 가서 이 삼지 구엽초주를 마신적이 있습니다. 향이 너무 좋아 그 뒤로도 이 술 생각이 나면 화순의 '약산 흑염소'집을 찾았습니다. 공짜로 조금 주거든요.^^  저는 이 술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비밀입니다^^)

 

그 후로 삼지구엽초를 구할 수는 없을 까 하고 가끔 고민했습니다. 그로부터 몇년 후....................... "번~쩍"하고 어떤 생각이 저의 뇌를 자극했습니다..........저는 망설임 없이 당장 남광주시장 약초집에 가서 아줌씨 한테 물었습니다. "아줌마, 혹시 여그서 삼지구엽초도 포요?" ....... "아~따, 아자씨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삼지구엽초다요!!!"

 

설탕에 대해서도 말해야죠. 이러다 쌈 날까 모르것네요. 술꾼들은 대체로 화를 잘 내고 모두가 자기 생각이 옳으니까요. 저도 한 쌈 하겠습니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초보자에겐 좋겠지만 건전한 술꾼에겐 제로입니다. 특히 다음날 머리가 꽤 아픕니다.

설탕을 전혀 넣지 않으면 수준이 높은 술입니다. 결국 술 꾼만 마시고 선량한 서민들은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설탕을 적당히 넣으면 ......우아하고 민주적인 술이 됩니다. 그럼 설탕을 얼마나 넣을까요?..............단 맛을 못 느끼고 술의 발효만 돕는 미량만 넣으세요. 조미료의 역할도 합니다. 저의 취향은 한 병에 두세 숟갈 정도 입니다.^^

 

 

이렇게 족보를 표시하면 더 즐겁습니다. 술은 솔순주이고 2006년 5월 8일날 담궜고, 8월 18일 날 (100일 후) 걸러냈음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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