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서대 미역국

철우박 2006. 10. 12. 09:41

 

제가 생선 미역국을 처음 알게 된 때는 광양 진월에 근무할 때 였습니다.

그러니까 마흔이 넘어서야 미역국 다운 미역국을 처음 맛본것입니다.

광양의 노인들께서는 틈만나면 미역국 노래를 부릅니다.

무신? 왠 미역국? 의아해 하던 중...

미역국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문제의 미역국을 먹게 되었습니다.

느낌요?....제 어머니와 광주 사람들이 미워졌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지금까지 왜 안 줬어 !

 

생선 미역국은 광양 말고도 제주도, 경상도 등 바다를 접한 지역에서 자주 먹는 음식입니다.

사용하는 생선은 넙치(광어), 도다리, 도미 등을 주로 사용하지만,

살이 희고 맛이 담백한 생선은 모두 가능합니다.

 

저의 입맛으로는 넙치보다도 맛이 시원한 도다리가 가장 일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광주시장엔 넙치도 도다리도 없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맛이 담백한

서대로 미역국을 끓여보았습니다.

 

* 미역국 생선은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비린내가 나면 못먹습니다

 

 

 미역을 물에 불린 후, 썬 마늘과 찬지름을 넣고 불에 달달달 볶습니다.

왜 볶을 까요?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좋게 하기 위하여...

왜 썬 마늘을?...다진 마늘은 국물이 탁해집니다. 그리고 아예 마늘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미역이 맛있을까요?...물어 보나마나 진도가닥(돌미역)이 최고지요.

진도각이요? 큰녀석, 작은녀석 낳았을 때 바깥사람 덕에 무지 먹었습니다.

그리고 2년전 바깥사람 생신 때 큰맘 먹고 양동시장에서 사 먹었습니다.

광주에서는 양동시장 것이 그래도 믿을 만합니다.

진도가닥 가격요?

더 이상 물어보면 저 성질냅니다.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서대가 무지 큰놈입니다. 머리와 일부는 따로 찜을 해서 먹겠습니다.

 

 찬지름 국물이 뽀얗게 올랐네요. 생선과 함께 끓이시고

물이 충분하게 홀랄 홀랑 잡으삼

간은 액젓으로 맞추겠습니다.

우리집에서는 추자도 액젓만 10년 넘게 써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제 처제의 남편의 어머니가 목포에 사시는데

평생을 추자도 젓만 업으로 사신분입니다.

멸치가 들기 시작하면 아예 추자도 공장으로 가서 사신답니다.

그분이 담그는 젓과 액젓중의 최상품이 매년 우리집으로 배달됩니다.

그런데, 수년 전에 타계하셨습니다.

그 후로는 그 어른이 창고에 남긴 액젓을 후손들이 야금야금 빼먹고 있습니다.

 

*호랭이는 죽으면 껍떡을 남기고, 시어머니는 돌아가시며 액젓을 남긴다. 

 파도 썰어넣고, 한 그럭 펐습니다. 미역국은 대짜 그럭에 왕창 퍼서,

배터지기 직전까지 먹는게 좋습니다.

 맛이요? 

 말한들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처럼 바깥사람께 칭찬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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