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살림살이

아구탕

철우박 2007. 1. 10. 13:33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아귀는 바닷고기중에서도

으뜸으로 못생겼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생긴 인간과 함께 산다면, 가장 큰 형벌일 것입니다.^^

 

아귀는 바다의 작은 폭군이기도합니다.

큰 아귀의 배를 갈라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뱃속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20마리도 넘게 나옵니다.

 

근데, 그런 사나운 녀석이

속 살은..

부드럽고,담백하고,청초합니다.(?)

 

제가 요리에 재미를 붙일 무렵에 아구탕을 잘한답시고 깝죽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지금도 생각해보면 제 아구탕은 형편없는 맛이었습니다.

대접 받는 분들이 맛있다고 해 준거죠^^

 

옛 추억을 생각하며 아구탕을 끓여보겠습니다.

 

 

"승조야!....콩나물 대가리 좀 띠어라."

아구탕이나 찜을 만들 때 콩나물 대가리를 떼는 이유....미관상입니다.

콩나물을 잘 못 삶아서 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대가리 때문입니다.

대가리가 있는 콩나물도 두껑이 열린 상태에서 익히면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다들 아신다고요?

죄송합니다.^^

 

 

실은 아귀만으로 맛있는 아귀탕을 끓인다는것은 거짓말입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으면 식당에서 먹는 맛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멸치 육수로 끓이기로 작전을 세웠습니다.

 

 

바깥사람이 미나리를 다듬고 있습니다.

고맙소. 눈물나게...

 

 

내장이 밑에 감춰졌군요. 내장 버리지 마세요.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아구탕 뿐만 아니라 모든 매운탕 조리시 초보 주부들이 실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물의 양입니다.

위의 멸치 국물을 보면 물을 매우 적게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귀가 푹 잠길 정도의 물양입니다.

아깝게 생각치 말고 물을 덜어내야합니다.

 

저는 물을 적게 잡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물이 적어야 국물이 맛있습니다.

 

 

 

아귀를 자르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무지 아프군요.

그렇지만 바람맞은 총각 가슴보다 아프겠습니까.

전국의 처자들에게..."남자의 순정을 짓밟지 마세요."^^"

 

 

생강, 다진마늘, 꼬치까리

(고추가루를 쓰면 맛이 없습니다.)

 

 

이런?............씨.

또 국물이 많군...한~~~~숨

난 아직도 멀었어...

 

그래도 거품은 건져야지.

 

 

된장도 조금 풀어주세요.

우리집 바깥사람은 아구탕에 무슨 된장이냐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구탕 집에가서 확인하기로 내기를 걸었습니다.

무슨 내기요?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뽀뽀해주기죠 뭐...

 

여기 있습니다. 대패.

 

 

으~~~~~저놈의 물.

완전 아귀 수영장이군.....

 

액젓으로 간을 맞추고 바깥사람 몰래 '맛나'를 살짝 뿌렸습니다.^^

 

 

먼저 콩나물을 익혀서 초고추장에 찍어 묵고...

 

 

다음은 미나리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묵고...

 

 

결론. 오늘 아구탕은 실패.....

 

바깥사람 왈......"완전히 맹탕이군..."

승조 왈....."무슨 맛이 이래?...."

형석이 왈...."아부지, 장사 그만 두시요"

 

나도 당하기만 하나...."묵지마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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